출간전 미리읽는 책 한쪽┃캐럴 리브스의 『과학의 언어』


과학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과학에 관해 생각할 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나 찰스 다윈, 영화 속의 프랑켄슈타인 박사,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 같은 사람을 생각한다. 과학적 발견이나 그 혁명적 개념은 자주 과학자 개인에게 귀속되므로, 우리는 과학을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고독한 ‘괴짜들(nerds)’의 산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경험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대중적 서사를 자주 듣다 보니 생긴 오해다.

다른 모든 인간 활동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과학도 본래는 사회성을 띤다. 작업이란 것을 행하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자 역시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과학자는 말과 글이라는 언어를 써야 한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어울려 일하며, 데이터를 공유하며, 어떤 설명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 과학자는 다른 실험실의 동료 연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학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눈다. 어떤 실험실에서건 글쓰기는 실제 실험 못잖게 중요하다. 즉 세심히 실험 노트를 작성해야 하며, 발견한 사실을 해석하고 보고해야 한다. 또한 논문의 초고를 작성하고 읽고 다시 작성하고, 그런 다음에 저널에 투고해야 한다. 저널에 보낸 논문은 다시 읽히고 반송되고 다시 작성되고, 결국에는 출판되어, 청중이 읽고 논의한다. 청중의 반응(논문에 동의할지 이견을 나타낼지, 논문이 타당하다고 볼지 아닐지)은 논문에 담긴 내용뿐 아니라 논문을 어떻게 작성했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좌우된다. 데이터는 외따로 존재할 수 없다. 과학자는 데이터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설명해야 하며, 데이터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방어하며 합리적인 논증을 전개해야 한다. 전문가로서 이런 중요한 과업을 어떻게 하면 잘 완수할 수 있을까? 그것은 과학의 언어와 수사를 구사하는 능력에 달렸다. ……




언어와 과학


그래서 시나 정치, 종교, 비즈니스 또는 다른 어떤 지식 분야에서도 그렇듯이 과학에서도 언어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전자의 분야들에서 겪은 경험으로 잘 알다시피, 어떤 현실의 실재(예컨대 경험, 감정, 신념, 새로 산 자동차)를 표현하는 데 쓰는 언어와 현실의 실재 자체의 관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목적이 설득인지 접대인지 교육인지에 따라, 우리가 원하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 즉 시나 정치, 종교, 비즈니스에서 사용하는 언어에는 편견과 임의성이 담겨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학에서 나타나는 언어 사용은 어떠한가? 그리고 텔레비전이나 신문과 잡지에 등장하는 과학의 언어는 또 어떠한가? 전문적이든 대중적이든 그와 관계없이 과학의 언어도 다른 분야에서 쓰이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어떤 동기에서 비롯하며 편견이 담기고 상황에 따라 변할까? 이 물음들에 대해 이 책은 몇 가지의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 답은 ‘그렇다’이며 또한 ‘아니다’이다. 과학 언어가 언어로서 언제나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현미경 아래에 놓인 것 또는 우리 피부 속에 있는 것 또는 저 지구 밖 우주에 있는 것을 완전하고 절대적으로 정확하게 서술할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계는 수 세기 동안 언어라는 난제를 두고 씨름해왔다. 훌륭한 과학자들은 읽기와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언어의 속성을 예리하게 인식하고서 자신들의 언어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이런 점에서 과학자는 훌륭한 언어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과학 언어는 감성적인 정치 언어나 종교 언어와는 다르다. 다른 영역들에서 드러내놓고 설득을 위해 사용하는 언어와도 다르다. 그렇더라도 과학 언어는 여전히 인간이 만든 하나의 시스템이며,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언어가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효과를 모두 제어하지는 못한다.



과학 언어 분석하기


이 책은 과학 언어, 더 나아가 과학 활동을 분석하고 그래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여러분이 과학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건, 인문학이나 커뮤니케이션 또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건, 또는 언젠가 가정을 꾸릴 계획을 지녔건 간에 과학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 때문에 여러분은 화성이나 외계 생명체 연구에 대해 더 많이 배우려 할 수도 있고, 또는 질병 때문에 어떤 질환에 관한 의학 보고서를 접할 수도 있다. 언젠가 여러분의 자녀가 ‘왜’라고 물을 수도 있다. 어찌됐건 스스로 자신 있게 과학 문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이익을 얻고자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권력을 얻고자 과학을 사용하려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동기들을 탐지하는 건강한 레이더를 지녀야 할 것이다.  ……


- <과학의 언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