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 미리읽는 책 한쪽┃『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


오늘날 우리는 3천 년 전 알파벳으로 촉발된 사회적 혁명들 이래로 가장 거대한 혁명의 초입에 서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류가 만들어 놓은 온갖 지식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정보 기술은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우리가 거기에 부여하는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변하면 세계도 바뀌고, 또 그와 함께 모든 것이 바뀌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 왔다. 갈릴레이가 태양을 선회하는 금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중심이 지구인 줄 ‘알고’ 있었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자연학자들은 하느님이 태초에 모든 종을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창조했고 그것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파스퇴르가 미생물을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은 질병이 공기중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독기(毒氣) 때문에 생겨난다고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그들의 행동, 그리고 그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생각 모두를 결정한다.


역사는 이러한 변화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러한 순간마다 우리의 감각은 새로운 데이터들에 의해 수정된다. 우리는 나중 것이 앞의 것보다 세계를 더 완전하고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는 확신 속에서 하나의 단계에서 또 다른 단계로 옮겨간다. 그러나 이러한 확신도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태도의 표현이다. 이러한 확신은 지식의 일정한 한 영역에 변화가 생겨 모든 것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바꾸어 놓은 19세기 끝무렵 이전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윈의 획기적인 저술인 『종의 기원』이 발표되면서 진보란 개념이 생겨났고, 그와 함께 역사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생겨났다.


불과 얼마 뒤인 20세기 첫무렵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그것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놓았고, 1920년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견해로 대체시켰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 사실 그것들을 실험하기 위해 사용된 도구들의 산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아원자 입자들은 실험 방법에 따라 위치와 속도 가운데 하나만이 존재하며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다. 우주는 우리가 ‘말한’ 그대로 존재한다.


지식의 변화는 사물들의 의미에도 바꾸어놓는다. 의학 기술이 생겨나고 박테리아가 발견된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의사는 실내 장식가나 이발사와 같은 종복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의사는 예전에 사제나 무당들만이 누리던 것과 똑같은 힘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가 사람들의 행동을 정의하는 방식에도 차례로 변화가 생겼다. 한때 범죄 행위로 치부되던 것들에도 이제는 ‘비정상’ ‘병적인’ 혹은 ‘정신질환적인’ 등의 임상의학적인 용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은 때로 지식 그 자체를 뒤바꿀 정도로 기존의 사회에 크나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함으로써 유럽의 권위 체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대륙이 있다는 사실은 당시 유럽의 권력층이 기대고 있던 지식에 비추어 볼 때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메이플 시럽, 파인애플, 보리 그리고 초콜릿은 고전적인 자연학적 지식에는 편입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게다가 그 동안 오직 뜨거운 사막만 있다고 알고 있던 남아메리카에는 열대 우림도 있었다.


콜럼버스의 발견에 뒤이은 광범위한 공황 상태는 더 신뢰할 만한 지식 체계에 대한 욕구를 창출해 냈다. 그 직접적인 결과가 바로 베이컨과 데카르트가 내놓은 환원주의와 방법적 회의, 그리고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의 등장이었다. 그 모든 것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바로 기존의 이론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들을 논박해 지식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베이컨과 데카르트 이래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믿음과 가치가 변화를 거듭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 책은 변화의 순간에 새로운 제도와 사유체계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또 어떻게 현대 우리들의 세계관에 계속해서 살아남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역사의 여덟 순간을 발생한 순서에 따라 다루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에도 우리는 그러한 변화의 순간들을 경험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그 동안의 적이 갑작스럽게 친구로 돌변했고, 국가 방위 관련 연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재검토되고 있다. 유전공학은 자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정보통신과 자료 처리 기술은 다시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


변화는 이제 우리와 늘 함께 한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이 발표된 이후 우리는 “새로운 철학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데 있다”고 말해 왔다. 새로운 세계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그리고 각각의 장들은 모든 것이 바뀌었을 때 벌어졌던 이전의 유사한 일화들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지식이 당대의 환경에 제약을 받는 상대적인 것이며, 이후의 발전에 따라 부정되는 것이라면,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리라는 것이 과연 있기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지식을 만들어 나가면서 매번 우주의 모습을 달리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우리 자신인가라고…….


--1995년판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