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 자동차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초콜릿도 아니다. 티코는 자동차다. 출판사 영업을 하던 후배는 사랑스런 티코가 고장이 아니라 휘발유가 다 떨어지면 어디서 시동이 꺼질까. 그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몹시도 궁금해서 실제로 티코의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몰아보자 작정하고 서울 시내 길을 나섰다고 한다. 쿨쿨쿨, 잠으로는 죽음의 예행연습이 모자랐던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죽어서 죽음을 보는 게 아니라 살아서 죽음을 보겠다는 후배의 대단한 결심이었다.
티코는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날씬하고 날렵한 차. 하루종일을 몰아도 티코는 도무지 그 발기를 풀지 아니했다. 밤을 보내고 아침에 시동을 건 티코 빨간 신호등 아래에서 드디어 연료계기판에 붉은 등이 들어오고 그러고도 한참을 더 달려 허기에 지친 운전자에게 점심까지 제공한 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물 무렵 어느 공터를 지나다가.........지나가다가 허망하게 티코에게서 내렸다는 그 이야기를 실감나게 전해주던 후배는 티코의 마지막이라며 몸을 조금 부르르 떨었다. 아마 티코는 기침이라도 하는 듯 쿨럭쿨럭 밭은 숨을 들이키고는 그 숨을 뱉을 줄을 몰라 시동이 꺼지고 만 것이었다.
그 현상을 나도 잘 아는 게, 물 주기를 게을리하여 어느 땐 지나치게 깜빡했다가 아사 직전의 바짝 마른 화분에 물 주면 클럭클럭 흙들이 화내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눈 오는 날. 멀리서 누가 넘어진다. 발바닥 좁은 두 장으로 이 최선의 키를 감당하는 것도 실은 대단한 일이다. 나의 마지막은 어떻게 올까. 갑자기 내린 눈에 넘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가 문득 한번 꽈당 넘어지고 난 뒤 그 시원하고 후련하고 알싸한 기분 끝에 후배의 그 사랑스러운 티코와 그 티코가 멈추었다는 공터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2022.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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