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의 표지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참으로 창피하고 쑥스럽지만 궁리가 독자에게로 가는 길목을 잠시 보여주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에서이다.
책은 저자와 역자, 편집자의 산고와도 같은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렇게 책은 마지막 단장을 위해 나에게로 온다. 그런데 어찌 아무 옷이나 입혀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과정은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한다. 하지만 저자, 역자, 편집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또한 나까지 만족한다면이야 이 과정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수없이 많은 시안을 다시 시작할 때도 있고 딱 2개의 시안으로 오케이가 될 때도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가 늘 존재한다면이야 얼마나 편하겠는가! 하지만 전자가 있기에 나의 다음 표지에 더욱 희망이 있지 않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아도취 때문에..

최종으로 선택된 표지
궁리의 신간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는 10대에서 80대의 저자가 각자의 눈으로 본 노년을 말한다. 한 저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저자가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것에 초첨을 맞췄다. 그래서 다양한 시안 중 인생의 기나긴 여정과 다양한 변화와 시선을 표현한 것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다. 또한 인생이란 것이 한 색깔로 표현될 수 없으며 수많은 변화를 거쳐 인생의 고지에 다다른다는 점에서 인생의 노년을 표현한 것이다. 물론 표지를 보면 각자 해석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책의 큰 틀에서 동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내 몫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바로 이거다 이게 어렵단 말이다. 어떻게 독자에게 수백장에 달하는 텍스트와 몇 개월 몇 년에 걸친 저자의 메세지를 단 한 뺨의 종이에 담아 낼 수 있을까?

다양한 시안들
앞으로도 나의 고뇌(?)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귀찮은 귀차니스트지만 오늘도 고민하고 연구하려 나를 달래어본다. 그런데 왜 이리 생각하는 건 힘들고 피곤한 걸까?
아직도 표지와 친해지려면 멀었다.. 앞으로 에베레스트를 얼마나 많이 넘어야 할까?
표지이야기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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