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철교 아래를 지나며


사진. 북한산 2018.1.26. ⓒ 이굴기




강변북로이든 올림픽대로이든

출퇴근길에 오르면 한강의 대교가 여럿이다

반포, 동작, 한강, 원효, 마포, 당산 서강, 양화대교


세상에 참 냉정한 것들,

자동차의 꽁무니만한 게 어디 있을까


아무 일 없는 척

앞만 보고 꽁무니를 따라 앞으로만 가다가

멀리 꾸물꾸물 지나가는 전동차를 꼭 만난다


지구는 둥그니까 앞으로만 가다가 

한강철교 아래를 지날 때

그때 마침 다리 위로 기차가 지나갈 때


노량진을 짚고 서울로 들어오는 기차보다는

용산역 지나 사육신 묘를 짚고 서울을 떠나는 기차에

더 힘껏 손을 든다


굉음은 지하를 통해서

나의 손끝까지 전달되고

고향 정자나무 같은 내 눈썹의 뿌리를 더듬는다


다리 구멍을 빠져나와

기차와 헤어질 때까지

일부러 조금 속도를 늦추면

길게 전해오는 진동과 소리의 여음


무슨 일에 주저하면

그거 하는데 돈이 드나 쌀이 드나

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할 수 있는 동작이 그것뿐이라서

운전대를 잡은 채

더욱 힘껏 경례를 올린다


저 어딘가 한칸에는

혹 식구들을 이끌고 낙향하는 이가

아주아주 낯선 곳으로 가야만 하는 가장이 

웅크리고 있겠다는 생각이


먼 산간지방에서 밤새 달려온 강물처럼

저렇게 밀려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