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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소리


사진. 순천 홍매실마을 2020.3. 22. ⓒ 이굴기



어디 멀리 산이나 마을 근처의 뒷동산에 가서 무덤을 만나면 특히 쌍분을 만나면 이 무덤을 만들 때 소용된 각종 소리들이 떠오른다. 개복 수술을 하듯 땅이 열리기까지 긴 행렬이 만장을 뒤따라 오고, 상여를 이끄는 선두에서 흔들던 딸랑딸랑 요령소리, 뒤따르던 상주들의 타박타박 발소리와 목울대를 치는 곡소리, 멀리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의 탄식소리가 생각나고 이윽고 모두들 흙 한줌을 손으로 담아  관 위로 던지고 나면 상여꾼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흙을 꼭꼭 다진 뒤 봉분을 완성하면서 길고 느린 구성진 노래와 함께 막걸리도 뿌렸지. 딸랑딸랑 소리가 멎고 상여 소리와 곡하는 소리도 멎고 막내딸의 흐느낌만 들릴락말락 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있었지. 그때쯤이면 해도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인데 어디선가 공중에서 팔랑팔랑  날아와 한 켠에 꽂아둔 삽자루에 앉거나 망자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듯 몇 바퀴 선회하는 영리한 나비가 꼭 있었지. 배꼽은 없지만 분명 하늘에서 난데없이 떨어진 건 아니고 분명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진 무덤. 오늘도 저 봉긋한 무덤을 지나려니 서로 희롱하는 한 쌍의 나비가 내 자리를 점지해 주려는 듯 나를 힐끗 돌아본 뒤 내 고향 쪽 공중으로  팔랑팔랑 날아가는데, 오늘따라 어쩐지 그 날갯짓이 내 귓전에 엄청 생생한 호루라기 소리로 내려앉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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