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대산. 2020 ⓒ 이굴기
오대산에서 비로봉 올랐다가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늙은 황소의 늘어진 뱃가죽처럼 평탄하고 완만했다. 길가에 멧돼지의 소행인 듯 촉촉한 물기있는 땅은 마구 파헤쳐졌다. 말 못하는 짐승에게 마구 파헤친 땅은 흙으로 변해 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흙을 가볍게 한 줌 쥐어 보았다.
*****흙 한 줌
흙 한 줌, 제목부터 짓고
세 칸 띄우고
가볍고 참 무겁다,
한 줄 써 놓고
한숨 한번 쉬면서
이을 말을 찾다가
평생이 가고
이윽고
흙 아래로 가다
알게 될까
바위를 이고
산을 짊어지고
바다를 품기에*
흙이
참 무거울 줄 알았는데
홑이불처럼 가볍다는 것을
*중용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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