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에도 흐름이 있다. 우선, 정세청세의 첫 주제를 ‘선택한다는 것’으로 한 이유는, 정세청세에 참가한다는 것은 자유와 주체성을 가진 개인이 되겠다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세청세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인문학 공부를 통해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의 문제는 우리의 ‘선택’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정세청세에 참가하는 첫 다짐을 아로새기기 위한 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두 번째 주제는 ‘의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정세청세의 기본 바탕이 되는 학문이 ‘인문학’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지녀야 할 인문학적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적 정신이란, 우리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일상에 부조리한 것들은 없는지 의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여기서의 ‘의심’이란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통념들에 대해 예리하게 통찰해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진실을 추구하는 자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주제는 ‘아는 것과 믿는 것’이다. 인문학을 하는 것을 선택하고 현 사회가 지닌 부조리에 대해 의심하여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여 온 우리가 해야 할 다음 일은 ‘아는 것’과 알게 된 사실들을 진심으로 ‘믿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진실에 눈뜨게 되었으면서도 그것을 무시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직접 본 진실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아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은 진실을 본 자의 일종의 책무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진정한 실천을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신념’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정세청세는 실천하기 위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정립하는 시간으로 꾸려나가고자 한다.
우리가 바른 가치들을 신념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부조리한 가치들이나 상황들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틴 루터 킹이 비폭력, 평화를 자신의 신념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인종 차별이라는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한 것처럼, 우리도 각자가 지닌 신념을 바탕으로 부정의한 것들에 저항해야 한다. 그것들을 개선하고 고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네 번째 정세청세에서는 우리의 신념을 바탕으로 세상에 저항할 줄 아는 ‘용기’를 기르는 시간이다. 이 용기를 다진 뒤에는 사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다섯 번째 정세청세에서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 우리가 공유한 가치들을 직접 실천하는 장으로 정세청세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여섯 번째 정세청세는 ‘대화를 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다소 생뚱맞은 연결일지 모르나 우리가 사회에서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뛰어든 사회 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개인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부조리를 개선할 방법에 대해 공유해야한다. 이는 각 개인들의 연대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가 하고 있는 실천들에 탄탄한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일곱 번째 주제는 ‘창조한다는 것 - 희망, 변화’이다. 사회에 직접 뛰어들어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대하고 공존을 모색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 비판한 뒤에는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비전을 창조하고 제시하는 과정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창조할 것이며, 이는 모든 청소년의 희망이 될 것이다. 우리의 작은 활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 일곱 번째 정세청세의 목표이다.
2009년의 마지막 정세청세는 ‘지켜낸다는 것 -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사실, 선택에서 시작된 일 년 간의 우리의 모든 활동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라는 큰 주제를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주체적인 자아가 되기를 선택하고 사회의 부정의에 대해 의심을 품고 저항하며, 동시에 사회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타자와의 연대를 도모할 것이며, 이 연대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희망을 창조할 것이다. 그리하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 ‘정의로운 세상’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활동이다. 또한 ‘지켜낸다는 것’은 앞으로의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해왔던 활동들이 단순히 2009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 ‘지켜낸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삼았으면 한다.
결국, 2009 정세청세는 곧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함께, 정의를 찾기 위해 떠나는 모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순천에서, 대구에서, 전주에서, 울산에서, 그리고 이곳 부산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 모험에 동반자가 되길 기대한다. 2009년의 마지막 정세청세에서 우리 모두가 학문을 하는 태도를 갖춘 청소년, 동시에 정의로운 시민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이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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