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궁리의 서재를 소개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이번 호 궁리레터는 지난 일년을 돌아보는 송년특집호로 준비했습니다. 2010년 궁리는 심해생물사진집인 <심해>를 시작으로 모두 24종의 책을 선보였습니다. 3월에는 몇 해 전에 출간된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가 <하루 한 수 한시 365>란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되어 독자들의 주목을 다시금 받았습니다. 4월에는 미국의 침체와 붕괴를 경고한 드미트리 오를로프의 <예고된 붕괴>가 출간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1970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다룬 <22명의 예술가들, 시대와 소통하다>는 미술사에 인터뷰라는 형식을 가미한 독특한 책이었습니다. 6월에 출간되었지요. 같은 달에 과학 책도 많이 선보였습니다. 존 설의 <신경생물학과 인간의 자유>, 프랜시스 크릭의 <인간과 분자>, 과학철학서의 고전 <우연과 필연>, 기상천외한 죽음을 다룬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를 펴내었죠.


래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가 7월에 완간되어 할인된 특별 한정판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사 완간을 기념해 래리 고닉의 <과학만화>도 세트로 묶어 독자 여러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궁리의 오랜 작가 친구들, 인디고 서원과는 올 봄과 여름에 <가치를 다시 묻다>, <Re-evaluation of Values>를 함께 작업했지요. 과학기술사회학(STS) 관련 도서도 꾸준히 내놓았습니다. <셀링 사이언스>, <부정한 동맹>, <한국의 과학자사회>가 그런 책이지요.

9월에는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의 저자 안승철 교수가 강연회를 해주셨고, 동서양의학의 2천 년 역사를 갈무리한 <의학이란 무엇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잭 런던 걸작선에는 <별 방랑자>가, 심리실험 시리즈에는 <이기는 투자의 심리법칙>이 더해져 목록을 풍성하게 했습니다. 11월에는 한동안 절판돼 많은 독자들이 재출간을 기다려온 제임스 버크의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11월에는 <마망 너무 사양해>, <루나>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어 학교 도서관 등에 납품되었습니다. 수사학과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쓴 <과학의 언어>는 한겨레 오철우 과학전문기자가 우리말로 옮겨 더 의미 있었지요.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달 궁리닷컴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 <신인왕제색도>와 <인왕산 일기>라는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2010년은 가지만 2010년에 나온 책들은, 독자 여러분이 찾는 한, 계속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킬 겁니다. 더 많은 책들이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기억되길 바라며, 궁리 사람들이 2010년에 출간된 도서 중 기억에 남는 책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전체 도서에서 한 권, 궁리 책에서 한 권씩을 뽑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올해의 책’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


<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 펴냄

워낙 에쿠니 가오리 책을 좋아합니다. 이름만 보고 선택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분이죠. 결혼이 소재인 이 책이 ‘갑자기’ 더 와 닿으면서 공감하면서 읽고 있어요. 저 가을에 결혼했거든요.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5>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궁리 펴냄

4권이 나온 직후부터 5권이 언제 나오냐는 출판 문의 전화가 정말 많이 왔던 책입니다. 맘 잡고 완간 기념으로 1권부터 5권까지 제대로 봐야겠다고 다짐했던 책이에요. 아직 시작은 못 했지만 꼭 읽고 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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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엄기호 지음, 푸른숲 펴냄

청년들이 정치, 교육, 가족, 사랑, 소비, 돈 등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이 책에는 ‘88만원 세대’로 뭉뚱그려진 청년이 아닌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 혜교씨, 명균씨, 지은씨…가 있을 뿐이다. 부제는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이다. 저자는 분명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인데,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오히려 세상을 보는 힘 있는 언어를 갖게 됐다고 고백한다. 저자에게 그들은 가르치는 “대상”이 아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가 어때야 하는지 질문을 던져준 책이다. 결국 내게는 25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으로 전해졌지만, 선생과 학생들이 만들어간 한 학기 수업을 생각하니, 이 어찌 감동적이지 아니한가. 수많은 쪽글과 대화… 그 내밀한 소통의 시간들은 절대 책 한 권에 다 담아내지 못했을 테니까. 책이 다 못 담았을,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5> 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궁리 펴냄

아이티혁명을 아시나요? IT혁명이 아니랍니다. 아이티혁명은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에게 노예제 폐지와 독립국 건설을 안겨준 ‘진짜’ 대단한 사건이다. 프랑스혁명은 알아도 아이티혁명은 모르는 당신에게 래리 고닉의 만화 세계사를 추천한다. 아이티혁명은 역사교과서와 역사책이 즐겨 다루지 않는 주제건만, 래리 고닉은 한결같이 변방의 역사에 주목한다. 서양 중심에서 벗어난 공정한 역사관으로 유명한 래리 고닉의 만화 세계사가 올 6월에 완간되었다. 궁리의 효자 도서인 래리 고닉 시리즈를 완간하며 정성을 많이 들였다. 1~5권을 한데 묶어 책에 새옷을 입혔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래리 고닉과 (스크롤 압박이었던 아주 긴~) 서신 인터뷰까지 했다! 번역가 이희재 선생도 인터뷰했는데, 한 번 읽어볼 만한 인터뷰라 자신있게 추천한다. 이 책은 재밌다. 해학과 풍자가 일품이다. 5권 편집 작업을 하며,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큭큭대며 웃느라 궁리 사람들에게 사실 좀 미안했다. 웃으면서 일하게 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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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칼 세이건 지음,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평소 강연집이나 인터뷰집의 입말체를 좋아하는데, 칼 세이건이 글래스고 대학에서 한 9회짜리 강연(미발표 원고)을 엮은 것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라는 부제에서 보듯, 과학자의 입장에서 신과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나직하지만 힘있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이 참 세련되고 멋지다. 과학을 무작정 어렵고 딱딱한 딴 세계의 일이라 생각해온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의문과 반감들을 파헤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며 다독여준다. 아무리 그렇지 않으려 해도 나 중심, 인간 중심으로 세상은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쉬운 요즘, 그는 우리에게 밤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라고 말한다. 인간처럼 수많은 별들에게도 긴 시간의 수레바퀴 안에서 탄생과 죽음이라는 시간이 찾아온단다. 하물며 그 속의 인간이야 찰나를 살다가는 존재이리라. 나에게 겸손을 가르쳐준 책이다.


<아이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안승철 지음, 궁리 펴냄

부모들 중 자신이 아이와 나눈 사랑과 교감, 그리고 정보습득의 과정을 글이나 책 형식으로 정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나부터도 간신히 며칠에 한 번씩 메모를 남길 뿐이니까. 이 책의 저자는 딸의 성장과정과 학습과정을 기록해나가면서 나만의 것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되도록 많은 부모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리하려 애썼다. 아이의 뇌발달, 바람직한 훈육이란 어떤 것인지, 유아의 수 학습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등의 주제가 지금까지의 성과다. 지금은 또 어떤 주제를 연구중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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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이 책이 올해 이렇게까지 판매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방증인 걸까? 마이클 샌델의 또 다른 저서인 <왜 도덕인가?>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정의’는 사회에 요구하나 자신의 ‘도덕’엔 관대한 것이 인간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옳고 그름에 대해 충분히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식의 축척보다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가르쳐주는 게 공교육의 기본이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5> 래리 고닉 글·그림, 이희재 옮김, 궁리 펴냄

일단 이렇게 빨리 완결이 될지 몰랐다.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완간되어서 정말 기뻤다. 책도 좋지만 초반 마케팅이 생각처럼 되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역자이신 이희재 선생님과의 술자리도 재미있었고 암튼 궁리의 효자이니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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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노무현 지음, 노무현재단·유시민 엮음, 돌베개 펴냄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의 열렬 팬도 아니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생의 마지막을 극단적으로 마감하신 분, 그분이 그냥 좋습니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 마라, 운명이다’ 올해 읽었던 글귀 중 가장 잊히지 않는 글귀이기도 했고요.


<신인왕제색도> 도진호 사진, 이갑수 글, 궁리 펴냄

우리 출판사 사장님과 도부장의 1년간 고생이 담긴 책이죠. 제작 과정 막판까지 속을 썩인 책이라 대박 조짐으로 위안 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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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

구글이 삼켜버린 세상은, 우리가 예전에 그런 것이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세상이다. 물리적 한계가 없는 무한대의 신대륙을 발견한 순간, 모든 정보와 돈이 그곳으로 쏠려버렸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게요. 그러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세요. 우리는 착하니까요.’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라는 두 천재 공학도가 만들어낸 알고리즘은 구글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고,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키기 시작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왜 안 된다는 거죠?’ 이렇게 물어 오는데 말릴 방법이 없다. 뻣뻣해진 윤리적 잣대는 대답도 하기 전에 부러져 날아가는 판이다.

그 많던 미디어 회사와 기술 기업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구글이 진짜로 착한지 아닌지가 몹시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이마저도 궁금하면 구글링해야 하는 세상!


<신인왕제색도>, <인왕산일기>이갑수 글, 도진호·이갑수 사진, 궁리 펴냄

작가의 방을 훔쳐보는 떨림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 책이 태어난 공간에 나 역시 있었다. 집필의 공간, 집필의 순간을 이리도 가까운 거리에서 오랜 시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유유자적 산을 오르고, 바람처럼 시장통을 거닐고, 동네를 활보하는 지은이의 눈에 비친 공간 그리고 사물과 사람들. 나 역시 지나고 보았던 것들인데 이렇게 매일매일 다르게 써내려간 시선이 눈부시다. ‘아!’, ‘오!’, ‘어?’, ‘아이쿠!’라는 새로움과 감탄! 늘 보는 것이라도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르면 일상은 이렇게 멋진 책으로 태어나는구나! 거리에, 뒷산에, 시장통에 온통 발자국으로 글을 쓰다니 사뭇 반갑고 유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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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야 학교 가자!> 연두비 펴냄

이제는 책을 아이랑 함께 읽기 때문에, 독서 목록 대부분이 어린이 책이다. ^^ 지극히 개인적인 선정이지만 내 올해의 책은 <연두야 학교 가자!>이다. 아이가 참 좋아해서 많이도 즐겨 읽었던 우리집 대박책이다. 때로는 10번의 잔소리와 가르침보다 한 권의 책이 아이에게 큰 자극과 교훈이 되는 것 같다.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와 대립될 때 다시금 꺼내 읽혀야겠다.


<가치를 다시 묻다> 이윤영, 윤한결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 지음, 궁리 펴냄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타인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 인디고 프로젝트의 실천적인 행보를 엮은 책이다. 세계의 지성들을 찾아 그들을 스승으로 삼아 배우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놀라움이 어느새 부러움으로 변한다. 인디고 아이들과 7년째 책을 만들고 있지만 한결같은 그들의 실천적 자세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인디고 아이들이 청년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들의 또 다른 행보는 언제나 나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럴 때면 더 멋진 디자인으로 인디고와 함께 다음 책을 완성하리라는 희망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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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이우혁 지음, 해냄 펴냄

이우혁 작가의 오랜 팬이다. 퇴마록부터 꾸준히 나온 책들을 읽었고, 한동안 침체기인지 책이 나오다 말다 하는 것 같더니, 올해 새로운 책이 나와서 냉큼 사 읽고 있다.


<별 방랑자> 잭 런던 지음, 이성은 옮김, 궁리 펴냄

작업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글을 읽으며 빠져들 때가 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그랬다. 올해 이렇게 빠져서 읽은 책이 손에 꼽는데, 특히 작업하면서 반복적으로 읽어서 그런지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