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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 지음



마사 누스바움 지음 | 박용준 옮김

판형 : 152*214mm | 분량 : 284쪽 | 정가 : 20,000원

종이책 ISBN : 978-89-5820-900-3(93300)

출간일 : 2024년 10월 31일

분야 : 인문학


세상이 가혹해질수록 문학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법과 정의가 강자의 힘에 굴복해버린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문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의 출간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팀이 2009년 역사학자 하워드 진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인디고 서원은 ‘정의와 희망’이라는 주제로 하워드 진에 이어 마사 누스바움, 노엄 촘스키, 프랜시스 무어 라페 등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돌아와서 인터뷰를 정리하다 보니 만났던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정의와 희망에 대한 "문학의 공적인 기여"에 대해 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는 책을 발견하고 출간을 적극 진행하게 되었다.


2013년 초판이 나온 후, 문학의 역할과 그 힘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들에게 독서와 사색의 확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로스쿨 등에서도 레퍼런스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이는 이 책은, 세상이 팍팍해질수록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문학이라는 영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세계 100대 지성, 시카고 대학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묻다


문학에 관한 오래된 질문이 있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문학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거나 팍팍한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안식처일 뿐인가,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인가? 즉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시카고 대학 법학과 학생들과 소포클레스, 플라톤, 세네카, 디킨스의 작품을 함께 읽었다. 왜 변호사나 재판관, 혹은 정치인이 될 학생들과 문학 작품을 읽었을까? 소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공감, 상상력, 연민의 감정이 합리적인 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어떻게 정의로운 공적 담론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요소가 되는지를 조목조목 밝히는 이 책은 바로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책이다.


하버드‧브라운 대학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 철학과, 로스쿨, 신학과에서 법학‧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유엔대학 부설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서 한 국가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에 관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센과 누스바움은 1인당 국민총생산량(GNP) 같은 소득 수준에 초점을 둔 주류 경제학자의 모델에 반대하여 “건강, 교육, 정치적 권리, 민족․인종․젠더의 관계” 등을 포괄하는 다층적 측정법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새로운 모델을 창시했으며 이러한 접근법은 훗날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의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은 누스바움이 센과 함께 진행한 연구 성과가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한편, 저자가 미국 시카고 대학‧노스웨스턴 대학‧예일 대학의 로스쿨과 햄린 대학,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등에서 진행한 강연이 바탕이 되었다.

세상을 숫자를 통해 보는 것과 소설을 통해 보는 것

문학적 상상력이 공적 삶을 바꾼다!


누스바움이 이 책에서 비판하는 것은 주류 개발 경제학이나 공공영역에서 규범적인 것으로 옹호되어온 ‘경제적 공리주의’이다. 그에 따르면, 경제적 효율성이 제1의 가치이자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하는, 차가운 계산의 세계에서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시민이 생겨나기 어렵다. 이를테면 경제성장률 4%, 1인당 국민총생산(GNP) 2만 달러와 같은 숫자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그런 대로 살 만해 보인다. 총합이나 평균 수치가 사회의 분배 문제나 불평등에 대해서 말해주는 바가 없어도 그렇다. 노인 빈곤율 40.4%, 세계기아인구 3년 만에 2배 증가, 독재정권 희생자 3백 명이라는 뉴스에 시큰둥해하는 것도 그것이 추상화된 숫자이기 때문이다. 반면 눈앞에 구체적인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고통에 쉽게 반응을 보인다. 누스바움이 문학의 사회적 가치를 믿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에 따르면, 문학은 나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인간 존재를 우리 눈앞에 데려다 놓는다. 문학은 그의 상황과 내면세계를 생생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묘사한다. 독자는 소설을 읽어나가며 그가 처한 상황을 마치 나의 일처럼 감정 이입하게 되고, 그가 느끼는 행복, 기쁨, 고통, 공포, 두려움, 희망에 공감한다. 소설을 통해 “비통하고 억울한 자들, 배제된 자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세상의 불의와 참상을 목격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불평등보다는 평등에, 귀족적 이상보다는 민주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문학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전복적인 힘을 지닌 것이다.


누스바움은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 리처드 라이트의 『미국의 아들』, 포스터의 『모리스』,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등의 문학 작품을 분석하며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 추론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한다. ‘합리적 감정’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룬다. 감정은 오랫동안 비합리적인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공적 추론 과정에서 배제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누스바움은 고전학자답게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 로마의 스토아 학파, 스피노자, 칸트, 스미스, 벤담, 시지윅 등 역사 속 다양한 철학자, 공리주의자, 경제학자의 사상을 넘나들며 공적 판단에서의 감정의 역할을 깊이 있게 논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은 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마지막장에서는 법의 영역에서 풍부한 판결 사례를 살피며 ‘문학적 재판관’, ‘시인-재판관’의 개념을 설명한다. 문학 작품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고 본질적으로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다. 사회적 평등 문제이기도 한 이런 논의를 저자는 성, 동성애, 인종 문제를 다룬 소설과 판결 사례를 들어 풀어나간다.


 

저자 |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


194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뉴욕 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고전학으로 학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전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브라운 대학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 로스쿨, 신학과에서 법학·윤리학 석좌교수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과 함께 GDP가 아닌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역량이론’을 창시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과 사회정의란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고 설명하는 이 이론은 유엔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의 바탕이 되었다. 학문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미국철학회장을 역임했으며, 1988년에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2008년에 영국학술원 해외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놈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두 차례(2005, 2008년)나 뽑히기도 한 그는,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주최로 열리는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를 통해 ‘감정과 정치문화’라는 주제로 서울대, 고려대, 계명대에서 강연을 진행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저서로는 『사랑의 지식(Love’s Knowledge)』(1990), 『인간성 수업(Cultivating Humanity)』(1997), 『혐오와 수치심(Hiding from Humanity)』(2004), 『역량의 창조(Creating Capabilities)』(2011), 『정치적 감정(Political Emotions)』(2013),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Not for Profit)』(2016), 『동물을 위한 정의(Justice for Animals)』(2023)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 박용준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전학 석사와 교육사회학 박사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제한국학센터 주니어 펠로를 지냈으며, 인디고 서원에서 국제 프로젝트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꿈을 살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가능성의 중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정치적 감정』 등이 있다.


 

차례



서문

 

1장 문학적 상상력

2장 공상

3장 합리적 감정

4장 재판관으로서의 시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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