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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보랏빛』, 히구치 이치요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유윤한 (옮김)

판형 : 142*210mm | 분량 : 264쪽 | 정가 : 13,000원

종이책 ISBN : 978-89-5820-711-5 (04830)

출간일 : 2021년 4월 12일

분야 : 문학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8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 히구치 이치요 작품선


조용히 세상을 움직여온 여성 작가들의 품격 있고 당당한 행진, 에디션F 시리즈의 네 번째 작가는 히구치 이치요(1872~1896)이다. 히구치 이치요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일본 지폐 5천 엔을 장식하는 인물로, 이 책 『해질녘 보랏빛』에서는 그의 대표작 소설 여섯 편과 일기를 수록하고 있다. 히구치 이치요는 가부장제도 안팎에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삶을 작품 속에 녹여냈으며,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를 문학의 언어로 끌어안아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히구치 이치요의 대표작 소설 「섣달그믐」(1894), 「키 재기」(1896), 「흐린 강」(1895), 「열사흘밤」(1895), 「가는 구름」(1895), 「해질녘 보랏빛」(1896)과 함께, 히구치 이치요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1891년부터 생의 마지막 무렵까지 쓴 일기 중에서 일부를 선별하여 우리말로 옮겨 실었다.


여성들의 말없는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시대에

고결하고 단단한 문학의 목소리로 답하다


히구치 이치요가 살았던 메이지 시대는 국민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하던 격변기였으나, 사회는 아직 봉건제에 얽매여 있었고, 신분제는 철폐되었지만 빈부 격차가 여전했고 여성의 희생 위에 사회가 유지되고 있었다. 시민 세력의 남성들은 새롭게 얻은 사회적 지위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여성을 가정에 머무르게 했다. 물론 일부 전문직이나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직종(교사나 간호사)에서 일하는 여성이 극히 드물게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집 안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성이 경제 활동을 통해 재산을 쌓으면, 여성들이 집 안에 머물며 살림을 하고 대를 이어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지켜줄 아들을 낳아 키워주기를 원했다. 히구치 이치요는 작품 속에서 여성들의 말없는 순종과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가부장제도 바깥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아픔을 작품에 섬세하게 녹여낸다.


히구치 이치요는 오빠와 아버지를 연이어 떠나보낸 후 열여섯 살에 호주가 되어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빨래와 바느질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다, 호구지책으로 요시와라 유곽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유녀들의 삶과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키 재기」나 「흐린 강」 같은 작품 속으로 녹아들게 된다.


원래 농민이었던 이치요의 아버지는 사족(士族) 신분을 사서 도쿄부의 관리로 일했으나, 새로운 메이지 시대에 적응하려고 시작한 사업의 실패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급기야 집안이 망한 후 약혼자로부터 파혼을 당하면서 이치요는 결혼제도를 누구보다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결과 이치요의 작품은 결혼제도 안팎에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비애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그 모습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져 더욱 비통함이 느껴진다.


 

저자ㅣ히구치 이치요


1872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소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공부보다는 가사일을 배우는 것이 낫다는 어머니의 뜻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학업을 그만둔 뒤 가사일을 도우면서 독학으로 와카(일본 전통시)를 짓고 연습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와카와 고전문학을 배우는 기관인 하기노야(萩の舎)에 들어갔다. 큰오빠가 폐결핵으로 사망한 후 열여섯 살에 집안의 호주가 되었다. 농민이었던 아버지는 사족(士族) 신분을 사서 도쿄부의 관리로 일했으나, 새로운 메이지 시대에 적응하려고 시작한 사업의 실패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생활고를 겪으며 빨래나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열아홉 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소설가로 살아갈 결심을 하며, 아사히 신문 기자이자 소설가인 나카라이 도스이가 창간한 《무사시노》에 첫 소설 「밤 벚꽃」을 발표했다. 일본 최초 상업 문예 잡지인 《수도의 꽃》에 발표한 「매목」으로 첫 원고료를 받았다. 생활이 여의치 않아 요시와라 근처에 잡화점을 열어 운영하고 와카나 고전문학 개인 교습을 하며 글쓰기를 계속했다. 1896년 스물네 살에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기적의 14개월’ 동안 잡지 《문학계》, 《문예구락부》에 「섣달그믐」, 「흐린 강」, 「열사흘밤」, 「키 재기」 등의 수작을 발표했다. 히구치 이치요는 일본 근대 문학을 연 개척자로서 소외된 여성과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사회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4년에 일본 지폐 5천 엔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옮긴이ㅣ유윤한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경영, 문학,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일본어책 번역을 주로 해왔으며, 교양 과학책의 저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 『생각 버리기 연습』, 『이나모리 가즈오의 살아가는 힘』, 『스타메이커』, 『아마존의 야망』, 『카카오가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몸이 보내는 신호, 잠』 등이 있다.


 

차례



섣달그믐・7

키 재기・31

흐린 강・101

열사흘밤・149

가는 구름・175

해질녘 보랏빛・195

달과 꽃과 먼지의 일기・201


옮긴이의 말・247

수록 작품의 원제명・256

히구치 이치요가 걸어온 길・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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