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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를 펴낸 인디고 서원 이윤영 실장 인터뷰



Q∥ ‘코로나19’ 발병이 공식 보고된 지 100일이 지났다고 합니다. 사회 각 분야가 침체되고 힘든 상황인데, 요즘 인디고 서원은 어떠한지요?


A∥인디고 서원에서는 3월 개학과 함께 교육청, 학교, 도서관 단위로 강의, 토론회, 독서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사상 초유로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청소년을 만나는 일 역시 연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디고 서원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만들거나 짧은 토론글을 써서 공유하기도 하고, 나누고 싶은 문화 플랫폼들을 알리기도 하고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무엇보다도 교육 문제였기 때문에,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Q∥ 인디고 서원의 새로운 책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다(공부)』의 부제가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교육을 위하여’입니다. ‘공부’는 인디고 서원의 오래된 연구주제이기도 했는데, 지금 이 시기에 긴급하게 책을 펴내는 까닭이 무엇인지요?


A∥코로나 시대에 긴급하게 책을 낸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디고 서원은 늘 사회의 위기가 온 순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내어왔습니다. 2008년 한-미FTA와 광우병 집회 때도 ‘생태적 상상력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냈었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출간하며 생명보다 돈에 더 가치를 두는 시대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새로운 윤리적 세대가 탄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전국을 들끓게 했던 2017년 국정농단 사태 때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만드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고민하며 ‘새로운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시리즈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인디고 서원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의 뿌리에 ‘교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국가이고, 제도적으로 민주주의 역시 훌륭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코로나19로 확인했듯 의료보건 체계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기술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안전망이 잘 구축되어 있음을 확인했지요.


하지만 바로 이런 위기의 순간에도 목숨을 걸고 학생들이 학원에 갑니다.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까봐 선행학습을 서둘러 합니다. 빨강머리 앤과 말광량이 삐삐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떤 친구는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말에 따라 수학 문제집을 한 권을 더 풀고,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이 실망하실까봐 시험만 다가오면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고 울며 고백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병들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건, 기후 위기건, 앞으로 점점 더 크게 다가올 위기의 순간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또 똑같은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지금, 이 어려운 시절을 뚫고 갈 가장 중요한 능력은 생명에 대한 존중, 사랑, 배려, 친절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임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지식을 습득하고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바로 교육임을 지금 이야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상에, 성(性)과 언어와 종교가 무엇이든, 어떠한 아이도 향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굶주림과 무지에 내던져지지 않기를. 그 아이는 자기 안에 인류의 미래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는 글’ 도입부를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르 클레지오의 수상 연설의 한 대목으로 시작하신 까닭이 궁금합니다.


A∥르 클레지오는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두 가지를 말했습니다. 바로 굶주림과 무지입니다. 밥을 먹지 못하는 아이가 없어야 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 가장 소외되고 힘없는 그 아이에게 인류의 미래가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실제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해 굶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겨났습니다. 화려한 불빛과 풍족한 먹거리, 떠들썩한 음악과 넓은 집을 가지는 것이 빛나는 문명이 아니라, 오히려 그 넘치는 것들을 모두가 이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인류의 위대함이라고 말했던 문학가 르 클레지오의 말은, 위기의 순간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들여다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Q∥ 『공부』에는 이 힘든 시기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건네줄 여러 어른들과 책, 그리고 영화들이 소개됩니다. 그간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읽고 본 자료들일텐데요. 주로 어떤 메시지들을 전하는 책과 영화, 그리고 인물들을 선정하셨는지요?


A∥『공부』에는 세 개의 장이 있고, 그 장의 제목은 각각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다’, ‘공부는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공부는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다’입니다. 이 주제에 따라 인디고 서원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공부하며 토론했던 책과 영화를 선별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는 6개의 서가 분류인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들께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토론할 질문도 함께 담았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인디고 서원에서는 지금 이 사태가 어느 정도 더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시는지요? 이후 우리에게 이 시기가 어떤 상처와 의미를 남긴다고 보시는지요?


A∥언제까지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한 국가 안에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코로나가 종식되는 일도 아니고, 코로나19가 끝났더라도 또 다른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의 환경 위기가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을 위협할 것이고, 그것은 과학이 증명하는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인류가 과거에 선택한 것들의 결과로 도출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무수히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었는지, 과도한 성장과 소비가 얼마나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었는지와 같은 문제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어떻게 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실질적인 방법을 마련해내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미뤄왔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의 시도들을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량은 과연 무엇일까요? 기존의 틀에서는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았던 것임은 분명할 것 같은데요. 왜 ‘공부는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라고 표현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앞서 말씀드렸듯이,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공부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길이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수단이며, 오직 나에게만 이익이 되는 일로 여기고 있지요.


저는 모든 인간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못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면 결코 그 열망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공부는 자기 자신과 세상에 던지는 질문이며, 그 질문을 통해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갈 능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진짜 영어 공부는 지금 코로나19 시국에 우리나라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영어로 말해줄 수 있도록 할 때 정말 가치 있고 쓸모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열 일 제쳐두고 대구로 뛰어간 사람들, 더 간단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검진할 수 있는 키트와 드라이브 스루와 같은 진단방법을 개발해낸 사람들, 마스크 앱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배당된 공적 마스크를 모아 더 힘든 사람을 위해 써달라고 경찰서나 병원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전염병과의 사투에서 우리를 살려냈다는 것을 발견했듯이 말이지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겠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자신의 능력으로 발휘할 줄 아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인이자 인간다운 인간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볼 때, 내가 하나의 생명체로서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알아야 합니다. 공부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진실한 욕망에서 출발해서 나의 잠재능력을 키워가며 이 세계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책임지는 역량으로 발휘될 때 의미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정의로운 삶, 정의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그 방법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A∥코로나 시대는 인류의 생사를 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대로 살 수 없는 지금, 오히려 우리 시대가 겪고 있었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이 책을 활용해 수업하실 수 있도록, 교육 정책을 만드는 분들께서 교육이란 무엇인지 더 뜨겁게 질문할 수 있도록, 진정한 공부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간직한 새로운 세대인 청소년들이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고 알려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인디고 서원에는 『공부』 책에 담은 내용 외에도 온/오프라인 교육에 활용할 자료가 많습니다. 이 자료들을 더 많은 분과 나눌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디고 서원과 함께 새로운 교육을 향한 고민을 나누고 그 변화의 시도를 함께 해주실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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