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미리 읽는 책 한쪽│수학이 보이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여행


저자의 말


4 × 5 = 12

4 × 6 = 13


이런 계산을 보신 적이 있나요? 저 곱셈구구단은 제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앨리스가 회중시계를 보며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갔듯이 저 역시 이상한 곱셈구구단을 따라 루이스 캐럴이 만든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로의 여행을 시작했거든요.


이상한 나라에 빠져들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하는 건지, 이 책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읽히고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루이스 캐럴이라는 사람과 그가 살았던 시대, 문화, 수학적 배경 같은 것들을 알게 되면서 이상한 나라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앞에 서서 혼자 노는 엉뚱한 경험을 하면서 캐럴이 만든 거울 나라로의 여행도 가능하게 되었죠. 모르고 볼 때는 따분하기 그지없던 앨리스 이야기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50년이 넘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유도 비로소 알 것 같았구요. 동화처럼 보이는 이야기 속에 얼마나 많은 풍자와 논리, 역설 같은 것들을 은근하게 실어두었는지 알면 알수록 참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앨리스 이야기는 어린이만을 위한 동화책이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를 수학으로 풍자한 최초의 판타지였다고 말입니다.


사실 캐럴은 앨리스 이야기에 대한 수학적인 해석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단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로 동화를 썼거든요. 놀랍게도 앨리스 이야기에 대한 수학적 해석은 모두 이후의 수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마틴 가드너(Martin Gardener)나 멜라니 베일리(Melanie Bayley) 같은 수학자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테마가 저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후대 수학자들의 해석을 캐럴의 입을 통해 들려주게 되었습니다. 과연 캐럴은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책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캐럴의 농담이나 수수께끼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비밀스러운 속삭임을 모두 알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저자의 깊은 의도를 독자가 모두 알아채기란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러니 우리는 캐럴이 은밀히 숨겨놓고자 했던 수학적인 메시지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나씩 찾아내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앨리스 이야기 저변에 깔려 있는 수학적인 농담을 아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더욱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배경을 알고 옥스퍼드의 크라이스트 처치를 방문한다면 최초의 판타지 동화작가인 캐럴과 해리 포터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크라이스트 처치 입구 오른편에서 한결같은 미소로 우리를 기다리는 루이스 캐럴. 그를 직접 만나고 옥스퍼드의 구석구석을 돌면서 앨리스의 흔적을 찾아보는 여행을 이 책과 함께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게 될 것입니다.

Enjoy your journey with Lewis Carroll.


문태선 드림.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