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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 | 아이와 찾은 한자, 한 단어 마음 공부




인도 人道

인도와 차도를 구분할 줄 아는 것은 기본이다


‘인도人道’는 내 기억에 아이에게 처음으로 알려준 한자다. 아무 곳이나 뛰어나가는 아이에게 ‘사람이 다니는 길人道’과 ‘차가 다니는 길車道’이 다르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지하地下와 같이 한자로 풀이하기 쉬운 단어를 ‘땅 지, 아래 하!’라고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곧잘 따라 하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눈치 없이 몇 번 더 그런 방식으로 말해주었더니 한자를 말하기만 해도 ‘나는 절대 듣지 않을 거야’라며 귀를 막기 시작했다. 그래서 약 2년 동안 한자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비록 듣기는 불편해했지만 아이는 이때부터 한자가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인도는 ‘사람 인人’과 ‘길 도道’가 만나서 만들어진 말이다. ‘인도人道’는 보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길이고, ‘차도車道’는 차가 다니는 길이다. 그래서 인도를 ‘걸음 보步’를 써서 ‘보도步道’와 ‘보행로步行路’로도 말한다. 인도人道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리를 말하기도 한다. 사람이 벗어나서는 안 되는 길이라는 점에서 차도와 구분되는 인도와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역이라는 책은 광대하여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천도가 있고 인도가 있으며 지도가 있다易之爲書也, 廣大悉備. 有天道焉, 有人道焉, 有地道焉.” 『주역周易』 「계사 하」에 나오는 구절로, 여기서 인도는 사람의 도를 말한다. 천지인이 함께 놓인 이유는 사람의 지위가 하늘과 땅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지위가 높은 만큼 사람은 하늘과 땅 앞에서 겸손하고 자기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인도는 사회의 윤리 관계를 말하기도 한다. 『예기禮記』에는 “친해야 할 것은 친해야 하고 존중할 것은 존중해야 하며 어른은 윗사람으로 섬겨야 한다. 남녀 간에는 다름이 있으니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는 큰 것이다親親, 尊尊, 長長, 男女之有別, 人道之大者也”라는 말이 있다. 윤리와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 사람의 길이라는 것이다.


일곱 살 즈음에 슬슬 다시 한자에 대해 언급을 하자 엄마의 집요함에 포기를 한 것인지 아이가 하루에 두 자 정도는 배울 수 있다고 승낙을 했다. 처음에는 한자를 쓰고, 옥편에서 찾아주고 형광펜으로 선을 긋도록 했는데 그마저 귀찮아서 한 번씩만 따라 쓰도록 하고 있다. 부담이 될까봐 배운 것에 대해서는 다시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외운 한자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글 안에 한자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만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외워야 할 때가 오면 매일 조금씩 접해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소하지만 매일 한자를 써보는 것이 서로에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배움의 기본이다. 아이의 미래는 내가 걸어가는 길과 다르고, 배움의 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배움에서도 말과 글을 잘 이해할 줄 아는 것이 우선이다. 소리 안에 뜻이 담겨 있다는 것만 알아도 쉽게 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말하고 배우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낳는다. 조금은 더 조심스럽게 말을 하고, 조금은 더 깊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매일 한자의 뜻을 함께 음미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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