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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사진. 선자령 2020.2.12. ⓒ 이굴기



이제 올해의 눈은 그쳤는가. 아니다, 말이 잘못되었다. 올해는 제대로 눈이 오지를 안 했다. 그러니 그칠 일도 없겠다. 입동 근처에는 눈이 안 오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왜 자꾸 어려운 일만 너무 쉽게 일어나는가. 맨숭맨숭 미끄럽지도 않는 길을 싱겁게 걸어 다니면서 멀쩡한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려는데 강원도에서 눈 소식이 들렸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눈에 관한한 내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 몇몇 분들과 얼른 내달렸다. 산보다는 눈이 먼저였다.


뽀드득, 뽀드득, 눈소리에도 품질이 있다. 눈의 상태와 기온. 등산화의 닳은 정도, 아이젠의 착용여부에 따라 소리는 미세하게 달라진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눈을 맞이하는 마음의 상태가 그 소리를 좌우한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는 그 언젠가 들어갈 곳, 지하의 근황을 노크하는 소리. 오늘 따라 빈집을 두드리는 듯 공명하는 눈소리가 자못 크다. 내 들어갈 자리의 근처를 정통으로 두드리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대관령 옆 선자령 갔다 오는 길. 원점회귀의 등산로이다. 11.4킬로미터의 눈길을 5시간 꼬박 걸었다. 총20,177걸음. 경사는 심하지 않았으되 눈길에 푹푹 빠지느라 제법 거친 숨소리와 함께 도합 20,177번의 노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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