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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관계의 수학』을 펴낸 권미애 저자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궁리 독자들과는 처음 만나시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궁리를 사랑하고 궁리의 철학을 한없이 동경해온 궁리의 독자였습니다. 길 위의 수학자이기를 꿈꾸며 오랜 시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배움의 근원을 찾아가던 중, 궁리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고 토론과 나눔을 하며 삶에서 ‘나’를 찾는 여정에 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걷던 산책길에서 세 잎, 네 잎 클로버에 감탄하며 행복이 행운을 안고 숨죽이며 기다려온 것을 깨달았어요. 일상에 퍼져 있는 근원, 경계 등의 단어를 사랑합니다. 단어에 집중해 에너지를 느끼고 매일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Q2. 이 책은 작가님의 삶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수학산문집인데요. 어떤 계기로 집필하게 되셨나요?


A2. 처음 글을 기획할 때만 해도 수학자들의 시선과 철학을 삶에 덤덤히 옮겨 풀어내려고 했어요. 그러다 수학을 가르치며 살아온 제 삶이 온전히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삶을 살고 수학을 하는 이 두 가지의 공명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을 하는 일과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 함께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얼마나 가슴이 벅찼는지…. 이후 제 삶에 좀 더 집중하는 쪽으로 글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Q3. 유년 시절 숫자 5와 7을 처음 만나신 일화가 인상 깊습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시거나 강렬하게 다가온 숫자와 그 이유를 소개해주세요.


A3. 저는 대체로 ‘소수’를 좋아합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 합성수를 소수들의 곱으로 나타내곤 합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 하는 놀이입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수는 자연수도 소수도 아닌 ‘0’입니다. 0은 경계를 말해주는데요. 안과 밖, 겉과 속, 시작과 마무리, 처음과 끝의 경계인 0을 좋아합니다. 도약과 나눔, 변화에서 전환의 기준점이 되는 0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Q4. 책에는 한국 사회 안에서 부모 노릇, 자식 노릇이라는 좌표에 대해 나와요. 작가님은 누군가의 자식이시기도 하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시기도 합니다. 어떤 계기에서 이 좌표를 떠올리게 되셨나요?


A4. 어느 날, 제 ‘자리’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닌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선생님 등으로 살아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좌표가 주는 책임에 대해 생각하며 차곡차곡 눌러왔던 감정을 좌표로 옮기던 어느 날, 그 한 점의 무게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좌표평면에 옮겨지는 좌표, 노릇을 좀 더 신경 쓰고 좌표에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Q5. 결혼 생활은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랑을 배운 시간임과 동시에 원치 않게 얽힌 관계들을 인내하는 시간”이라고 하셨어요. 이 여정에서 수학이 어떤 이정표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5. 이것은 제가 좋아하는 숫자 0과 연계되는데요. 수학은 원하든 원치 않든 이와 상관없이 좌표에 대응하고, 또 좌표를 정해주기도 합니다. 운동에너지가 0이 될 때, 위치 에너지는 최대로 나타납니다. 생각과 실천의 전환점이자 변화인 방향 바꾸기를 하며 결혼이라는 크고 중요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정표 없이 갈등하던 그 시간, 결혼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수학은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게 했고, 매 순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Q6. 따님과 벚꽃길을 걸으며 오일러의 항등식을 풀어내신 장면이 낯설면서도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왜 이 오일러의 항등식이 아름답게 느껴지셨는지 저희에게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6.오일러의 항등식이 주는 아름다움은 천상의 하모니 같아요.마치 축제에서 느끼는 황홀과 경이를 다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곳곳의 전율이 녹아드는 무리 상수e의 세상 위로 미지수가 있고,결이 같은 허구의 우주에 자리한 별인 복소수(!)와 마주하고 대칭을 이루듯1(곱셈에 대한 항등원)을 옆으로 살짝 얹은 세계에서0(덧셈에 대한 항등원)의 세계로 전환해서 연결한 오일러의 함수식입니다.그 함수식에 미지수를 대신해 자리한 원주율(π)을 만나서 마침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룹니다.관계에 집중하니 균형과 조화까지 느껴져서일까요.복소수의 범위 내 영역의 수를 다 포함한 식은 오일러의 항등식뿐입니다.명료한 아름다움이 균형 있게 자리한다고 할 수 있어요.


 


Q7.본문에는 새벽 명상과 여러 모임 활동이 등장합니다.명상,집필,수업,모임 등등 작가님의 하루와 일주일 루틴이 궁금합니다.


A7.저의 하루와 일주일은 일관되고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해요.하루를 미라클 명상으로 시작하고 가족들이 학교로 일터로 자신의 좌표를 찾아 발돋움하고 나면,번잡하지 않은 제 시간이 다시 시작됩니다.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눔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이후에는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합니다.매주 수요일마다 토론 모임을 하고,목요일은 함께 책을 낭독하러 갑니다.낭독은 혼자 읽기와는 다르게 단조로움과 무덤덤한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줍니다.각기 성질이 다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발돋움하는 그 길이 가장 설레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Q8.관계의 불안에 놓인 모든 미지수에게 이 책으로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8.관계의 불안에 놓인 미지수 당신께,나를 찾아가는 방정식의 긴 여정에 뛰어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무엇보다 여정을 치열하게 겪어야 흔들림과 불안이 잦아듭니다.자아를 찾아가는 책의 그 메시지가 끌림으로 우연히 닿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독자 여러분과 이 책의 만남처럼요.


 


Q9.브런치스토리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계신데요.차기작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9.차기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하나는 수학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학 동화 혹은 소설이에요.도서관에서 모집 공고를 냅니다.학교 밖에서 만난 청소년과 학교 내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원서를 챙깁니다.자격이 따로 없기에 정형화되거나 틀에 짜여 움직이는 학생들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의 의견과 생각들이 실립니다.다소 엉뚱하기도 합니다.이렇게 이루어진 수학 토론의 시작과 끝,모임 전체의 현실적 성립 및 체계까지 다루려고 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수학이 진심으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수학의 목적을 생각한 글입니다.일상과 수업에서 잊거나 기억하는 부분을 조용히 풀어내는 글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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