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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목요일의 작가』를 펴낸 윤성희 저자 인터뷰



Q. 안녕하세요. 궁리 독자들과는 처음 만나시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윤성희라고 합니다.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편지를 소개하는 ‘편지 큐레이터’이기도 하고,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는 강사이기도 해요.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하는 일이 좀 많죠? ^^


Q. 2013년부터 10년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과 글쓰기 수업을 해오셨어요. 후배의 부탁으로 시작하셨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하게 되리라고 예상하셨나요?


A. 아뇨, 전혀요. 처음에 후배에게 연락을 받았을 때는 한 1년 정도 하게 될 줄 알았어요. 1년을 단위로 아이들이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니까요. 그런데 그때는 제가 몰랐던 거죠.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매해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되었네요.


Q. 책 제목이 ‘목요일의 작가들’입니다. 책 제목이 조금 특이한데요. 제목에 담긴 사연이 있나요?


A. 저는 저와 수업을 하는 모든 청소년을 ‘작가’라고 불러요.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은 작가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월요일에 만나서 수업하는 친구들은 ‘월요일의 작가들’이라고 하고, 화요일에 만나면 ‘화요일의 작가들’이 되는 거죠. 이 책 제목을 『목요일의 작가들』로 정한 이유는 목요일이 저와 오랫동안 글을 썼던 친구들을 만난 요일이기도 했고, 이들과 만든 문집 제목이 ‘목요일의 작가들’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나무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씨를 뿌리고 줄기가 자라서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청소년들도 그렇거든요. 한 아이가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나무를 키우는 일과 같아요. 이런 의미들을 제목에 담아보았습니다.


Q. 레고 블록 설명서 쓰기, 빙의하여 쓰기, 그네 타며 시 쓰기, 문학기행 떠나기 등 책에는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커리큘럼이 실려 있습니다. 이 중에서 청소년들이 꼭 해보면 좋을 글쓰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제가 정말 추천하는 글쓰기 수업은 ‘문학기행 떠나기’예요. 다른 수업은 교실에서 할 수도 있지만, 문학기행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야 가능한 수업이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그것을 통해서 보이지 않았던 벽을 허물 수 있고요. 그리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시를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되는데, 이런 경험이 글감을 찾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Q. 책을 보니 학생들이 직접 수업 계획을 짜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또 정규 수업이 개설되기 전 ‘맛보기 수업’이 있다는 것도 독특하고요. 대안교육기관에서 진행한 수업이라 가능한 부분 같아요. 혹시 이런 환경과 다른 곳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 책이 어떤 부분에서 도움될 수 있을까요?


A. 모든 학교에서 수업 계획을 청소년들에게 맡길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나 몇 시간 정도는 아이들에게 쓰고 싶은 글을 써보게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글의 주제나 분야를 선생님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하는 거예요. ‘단어 글쓰기’ 같은 경우는 특별한 준비 없이 즉석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걸 해보면 좋겠어요. 먼저 아이들에게 작은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고, 거기에 지금 생각나는 단어를 하나씩 쓰게 한 다음 걷는 거예요. 종이를 잘 섞은 다음에 단어를 몇 개 뽑습니다. 다섯 개면 다섯 개, 열 개 면 열 개요. 그렇게 뽑힌 단어가 들어가는 글쓰기를 해보는 거죠. 그럼 아이들의 상상력이 얼마나 무한한지 알게 될 거예요. 『목요일의 작가들』 49쪽에 있는 ‘단어 글쓰기’를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Q. 글쓰기 수업을 해오신 1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또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요?

A.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런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이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글쓰기 시간에 딴청 피우다가 나중에 저한테 연락한 친구 이야기랑, ‘도착할 좌표가 없다’고 하던 친구가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제가 여기에서 다 말하면 책 읽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으니 이 이야기는 아낄게요. ^^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이들이 ‘자체 휴강’을 하는 거였어요. 저는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휴강을 결정하고 학교에 오지 않았을 때가 있거든요. 학교에 와야 이야기도 하고 글도 쓰고 관계를 이어가는데, 학교에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럴 때 좀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Q. 작가님은 글쓰기뿐 아니라 인문학 작품 속에 숨어 있는 편지를 소개하는 ‘편지 큐레이터’이시기도 한데요. 어떤 계기로 편지에 매료되셨나요? 또 편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유명한 역사 속 인물, 다산 정약용이 쓴 편지를 읽고 그도 ‘사람’이었음을 깨달은 적이 있어요. 그가 천연두에 걸려 죽은 막내아들을 생각하며 쓴 <농아광지>라는 편지였는데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쓴 글을 읽는데, 정약용이 위대하고 거대한 위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이분도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부모였구나 싶었던 거죠. 그래서 이분이 쓴 다른 편지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어요. 200년 전에 쓴 편지인데도 지금 우리에게 유용한 글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편지를 소개해야겠다 생각해 한 편 한 편 글을 쓴 『다산의 철학』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다른 편지들도 읽었는데, 함께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편지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편지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콘텐츠를 모아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편지의 매력은 편지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편지를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진심이 보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역사가 보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이게 너무 좋아요. 위인이나 비범한 인물이 아니라, ‘한 인간’이 보인다는 게 제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집필하시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제 마음속 폴더에는 여러 권이 있고요. ^^ 그중에서 다음에 쓸 작품은 아마도 편지 관련 책이 될 것 같아요. 그 작품을 쓰면서 청소년들의 글을 엮어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목요일의 작가들』에 나오는 작가들이 쓴 글을 한 권으로 묶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이 친구들 글이 정말 좋아서 저 혼자만 보기에는 아깝거든요. 여러 작가님의 글을 묶는 일이라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요.



Q. 작가님에게 청소년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수업에서 만났던 ‘목요일의 작가들’에게 어떤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A. 저에게 청소년이란 ‘친구’예요. 나란히 길을 걷고, 같이 길을 잃기도 하는 친구요. 그래서 그들에게 친구로 혹은 함께 글을 쓰는 동료로 기억되고 싶어요. 나중에 그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유명해지면, 저도 줄 서서 사인 받고 사진 찍어서 SNS에 자랑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Q. 마지막으로 지금도 글쓰기가 두렵거나 어려운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해주세요.


A. 글이란 건, 내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에 불과해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말로 하는 대신 글로 적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친구에게 DM을 보내듯이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글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글쓰기가 진짜 어렵다면 『목요일의 작가들』을 읽어보세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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