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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를 펴낸 이 선 작가 인터뷰



Q ∥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해주세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 모두 평안하신지요?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의 저자 이 선입니다. 저도 궁리의 열혈 독자인데, 같은 독자로서 다른 독자들께 인사드리는 것이 어쩐지 조금은 쑥스럽군요. 저는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은 특히 실습과 답사가 많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답사가 여의치 않아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코로나가 다소 안정되어 미뤄둔 답사를 다니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습니다.


Q ∥ 이번에 펴낸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A ∥ 흔히 식물이 사는 세상과 사람이 사는 세상이 흡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마 식물이나 사람이나 모두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는 기후위기, 환경오염, 팬데믹 등을 겪으며 전 세계가 유례없이 혼란스럽고 불안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서로 간의 왕래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점점 더 고립되어갑니다.


그동안 우리는 야생동식물의 멸종과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서식지 파괴’뿐 아니라 ‘서식지 단절과 고립’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서식지 단절과 고립’이 우리 인간에게 닥칠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환경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자연의 의미와 가치는 커져갑니다. 결국,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지구생태계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어느 한 구성원을 따로 떼어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동식물의 건강한 삶이 인간과 더 나아가 지구생태계의 안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에는 이들의 건강을 하나의 건강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과 동식물을 주체와 객체로 나눠볼 것이 아니라 서로 평등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지적 관계로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우리 인간이 동식물을 너무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한 대가를 요즈음 아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는 ‘식물도 인간 못지않은 대접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제 생각의 한 단면을 반영한 책입니다.


Q ∥ 이 책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나요? 어떤 기준으로 차례 구성을 구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 이 책의 출발점은 10여 년 전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갔던 경남 하동 송림이었습니다. 송림을 거닐다 우연히 쳐다본 하늘에 소나무의 수관들이 서로 맞물려 가지를 뻗은 모습에서 ‘누울 자리를 봐가며 발을 뻗는다’라는 속담이 바로 떠올랐지요. 식물들이 사는 모습이 우리 인간사회와 너무나 닮아 있는 것을 보면서 속담이나 사자성어로 식물사회를 조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쓰게 된 단초였습니다. 그런데 ‘누울 자리를 봐가며 발을 뻗는다’라는 속담에 부합되는 사자성어가 떠오르질 않아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 저희 대학교 최영성 교수께 물어보았더니 ‘양금신족(量衾伸足)’이라 답을 주셨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 후로는 사자성어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식물이 살아가는 모습에 우리 삶을 중첩해보면, 우리가 흔히 쓰는 사자성어가 식물사회에도 그대로 통용되는 경우가 무척 많았습니다. 덕분에 사자성어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는데, ‘창이미추(瘡痍未瘳)’와 ‘모릉양가(摸棱兩可)’는 이 책을 쓰면서 저도 처음 접한 사자성어입니다. 또 책을 구성할 때, 전체적인 차례를 미리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소재를 중심으로 먼저 서술하고, 그것들의 공통 연결고리를 찾아 소주제로 묶어 차례를 정했는데, 마침 자연스러운 직렬 배치가 되더군요.


Q ∥ 식물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A ∥ 요즈음 서점가에는 식물에 관한 책들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그것이 환경오염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식물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책들이 식물에 관한 지식과 정보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식물사회를 인간사회와 비교해보려고 노력한 점이 사뭇 다를 것입니다.

식물의 잎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기공(氣孔)이라고 하는 아주 작은 숨구멍이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우리의 입 모양과 흡사합니다. 만약 식물이 그 잎으로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하는 상상 속에서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마치 제가 ‘식물의 대변인’이나 ‘식물의 변호사’가 된 것처럼 말이죠. 더 나아가 식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이야기도 함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Q ∥ 본문 내용 가운데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A ∥ “진짜와 가짜(樹上開花): 수상개화”의 맨 마지막 문장인 “꽃들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과연 당신들 중에는 누가 진짜인가요?’”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식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면서, 제가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Q ∥ 식물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식물은 나에게 000이다”로 말씀해주세요.

A ∥ 저는 원래 산을 좋아해 초등학교 때부터 등산과 야영을 즐겨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형님들과 함께했던 한겨울 눈 덮인 숲속의 야영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이 아마 제가 산림생태학을 전공으로 하게 된 씨앗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제 반평생을 산과 식물이 함께했으니, “식물은 나에게 선생님이자 후원자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Q ∥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 제가 찾아 읽는 특별한 주제는 없지만, 제 전공 외에도 인문과 역사, 예술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만화책도 즐겨 읽는 편입니다. 이 책과 관련된 책이라면, 본문에도 자주 인용했던 강희안 선생의 『양화소록』을 권하고 싶습니다. 넘쳐나는 식물 관련 책 중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원예 고전이라 할 수 있으니, 사명감(?)을 가지고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분량도 많지 않고 번역되어 있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Q ∥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 ∥ 제가 어린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지하철에서 아이들을 보면 반가워서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지요. 요즘은 아이들이 귀해 그럴 기회도 적지만... 그래서 그런지 앞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거나 번역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이 책의 본문은 사랑하기, 함께 살기, 살아남기, 돌아보기 등 4개의 큰 주제와 각각의 소주제로 나뉘어 있습니다만, 병렬식 구성이라 내용의 순서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심심하실 때 아무 쪽이나 펼쳐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우울하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궁리 독자 여러분, 코로나로 무척 힘드시겠지만, 이 어두운 터널도 언젠가는 끝이 있겠지요. 운외창천(雲外蒼天)이라! 모두, 다시 한 번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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