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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ㅣ<청년 도배사 이야기>를 쓴 배윤슬 작가 인터뷰


Q. <청년 도배사 이야기>라는 책으로 궁리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년차 초보 도배사 배윤슬입니다. 직장을 그만 두고 도배에 뛰어들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청년 도배사이기도 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조금씩이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도배사이기도 합니다.



Q. 세상의 많은 일들 중에서 왜 ‘도배 일’이라는 업(業)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A.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였지만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직장으로 바로 이직 준비를 하기보다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내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나만의 기술을 가진 ‘기술직’을 하고 싶었고 일을 한 만큼, 능력만큼 돈을 버는 정직한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버텨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도전하게된 것이 바로 도배였습니다.


Q. 어떤 경우에 보람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던가요?

A.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 도배를 하러 들어가면 이미 집이 거의 다 지어진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거친 회색의 시멘트벽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공사장 혹은 폐허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깨끗하게 도배를 하고 나면 사람이 살게 될 집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데 그때 가장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작업을 하면서도 유독 더 마음에 들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입주자가 만족해 할 모습을 상상하며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처음에 어떤 요소들 때문에 일하는 게 힘들었나요? 이 일을 하면서 못하게 되거나 포기하는 것들에는 어떤 게 있었나요?

A.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입니다. 쓰지 않던 근육과 체력을 하루 종일 써가며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무거운 짐을 하루 종일 들어야 하니 처음에는 온몸이 뻐근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하루 이틀 만에 몸이 아파 그만 두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습니다. 결국에는 몸이 적응을 하더라고요. 몸이 덜 힘들게 작업하는 노하우도 터득하고 일에 필요한 근육도 생기면서 말입니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마음의 어려움이 더 문제였습니다. 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누군가에게 차별을 당할 때,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는 종종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제 마음속에 조금씩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 선택에 대하여 제 자신이 불안해지는 순간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생각이 들 때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Q. 건설 현장에서 만난 또래 청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있었는지요? 그들의 일하는 모습이나 삶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A. 건설 현장에는 꽤나 많은 청년들이 있습니다. 저도 여러 현장을 거치며 다양한 공정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고요.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택한 이유를 들어보면 제가 도배를 선택했던 이유와도 비슷했습니다. 내가 해보고 싶은 일, 내 마음이 편한 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등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나’를 생각하며 고른 일이었다는 점에서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직업이라 생각하기보다도 때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선택을 하는 모습들도 보입니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고 싶다거나, 누군가의 참견이나 지시 없이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거나…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그때그때 새로운 선택을 합니다.



Q. 청년들이 쓴 다양한 직업 에세이가 계속 나오는 까닭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제가 도배를 한다고 이야기하면 저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도배사들 중에서도 말입니다. 더 나은 직장이나 직업을 택할 수 있을텐데 왜 이런 험한 일을 하냐면서요.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더 좋은 일’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현재 만족하고 즐기는 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한 일, 그보다 나은 일이 무엇인가요?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아마 기성세대와는 다르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자세의 차이일 뿐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반대하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직업을 가진 청년들도 왜 반대하는지, 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선택을 한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Q. 책의 구성을 문턱-천장-벽과 모서리-창문 등의 공간으로 나누어 각 원고를 배치했습니다. 도배 일은 어떤 공간에서는 혼자 하게 될 때도 있는데, 벽을 마주하고 있을 때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나요?

A. 도배는 실제로 혼자 일하는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혼자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일을 하면 편하기도 하지만 아주 고독하기도 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이나 일당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하는 곳에 좀비가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없이 상상의 나래로 빠져버리면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치 막히는 도로 위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해요. 눈과 몸은 반사적으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지만 집중은 흐려져 다른 생각들이 계속되는 것이죠. 하지만 집중이 흐려지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집중력을 불러오려는 마음과 싸우는 것입니다.



Q. 도배 일 외에도 앞으로 새롭게 더 해보고 싶은 일들로 어떤 것들을 꼽고 있나요?


A. 저는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요즘에는 국내에 제가 좋아하는 지역들을 옮겨 다니며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꾸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함께 살 집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도배 일은 여전히 즐겁게 하고 있지만 새로운 일에도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A. 저는 도배도 초보이고 인생 경험도 초보인 청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저의 선택이 미숙해 보일지 모르지만 열심히 고민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여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저 그리고 청년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응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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