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미애 수학산문
어린 시절 내 눈에 가장 처음 들어온 수는 ‘5’였다. 아들을 귀하게 생각하던 집안에서 남동생이 태어나며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는 “진짜가 태어났어. 이제 가족이 모두 다섯이네.” 하는 것이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5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때까지 5가 존재했던 세상을 몰랐던 나는 이 수를 두 번 세 번 더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늘 바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수학의 세상에 빠질 수 있었다. 그곳은 수학이 만들어준 놀이터였다. 달력과 시계, 소꿉장난을 할 수 있는 부엌살림, 그릇과 조리기구 등이 내가 이 세상과 소통하며 놀 수 있는 도구였다. 부모님 없이도 든든하고 편안했다. 물론 언니나 남동생이 함께하지 않아도 두렵지 않았다.
일곱 살이 되던 해 나는 남들보다 좀 이른 나이로 입학을 해야 했기에 외가댁에서 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이 나를 만나러 오는 기간은 일주일, 그때부터 ‘7’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7은 나에게 기다림의 수였다. 기다렸던 만큼 이 수는 눈물의 수가 되기도 했다.
수학은 어린 시절 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에서 즐기는 놀이로, 이후에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가는 경이로움을 깨닫게 한 도구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서는 이미 진행 중이었던 나를 찾는 여정으로 수학을 다시 만났다.
내 주변에 수없이 그려진 크고 작은 원을 바라보며 중심과 반지름에 집중해본다. 그 원은 자식과 남편, 엄마, 학생 들이다. (...) 중심이 하나인 원이 수없이 많은 원을 낳는다. 사랑에서 시작된 관계의 동선은 그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공통인 교집합이 있을 뿐이다.
수학은 나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보만을 주지도 않았다. 가끔 터지는 호기로움을 자극했으며, 내면을 다지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게 했다. 때론 친구가 되었다. 이만하면 삶은 살 만하지 않은가. 긴 시간 수학과 함께하며 삶에서 관계나 가치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함수나 도형을 적용한 관계를 생각하며, 중심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정도 내가 중심이 되어 표출하는 순간 과하게 아파지거나 증오의 감정으로 흐른다.
변수 가득한 타자의 세계에서
나라는 미지수를 구한 여정,
『관계의 수학』이 3월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