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과학 이야기>(가제) 로버트 마틴 지음, 김홍표 옮김


2장. 생리 주기와 계절성 


자연 서식지에서 진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행동이나 생리학의 일반적 특성, 즉 주기와 계절성이 특정한 생물 종에서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1968년 처음으로 야생 영장류의 교미 행동을 관찰하게 되면서 나는 직접 이들 행동의 주기적인 양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초기 연구에서 나는 고작 60그램에 불과한 자그마한 쥐여우원숭이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초기 공통 조상과 많은 형질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런던 대학이 운영하는 사육실에 갇힌 쥐여우원숭이의 교미집단을 관찰한 후 나는 마다가스카르로 날아가서 자연 상태의 작은 영장류를 연구하기로 했다.


결국나는 작은 단편들로부터 자연 상태의 교미 체계에 관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다 자란 암컷은 9월에서 이른 10월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한 번 만에 임신을 하고 약 두 달의 수태기간을 거쳐 늦은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새끼를 낳는다. 교미하는 계절이 다가오면 수컷의 고환은 평소보다 10배나 크게 팽창한다. 이전에 수행되었던 몇 가지 야생 연구 결과를 확인하면서 나는 이들 쥐여우원숭이의 교미 시기가 어떤 해이든 어떤 장소에서든 일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70년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 마다가스카르를 다시 찾았을 때에도 이런 유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런 규칙성이 발견되자 다음과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왜 출산은 일 년 중 특정한 시기에만 일어나는 것일까? 암컷과 수컷이 적당한 시기에 교미하도록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가지 단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교미와 출산이 우기가 시작되는 11월에서 그것이 끝나는 4월에 완료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 시기는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음에 나는 강우 혹은 온도가 번식하는 시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의 생식 주기와 어떤 관련을 가질까?보통 여성은 규칙적인 생리 주기를 가지지만 간혹 임신에 의해 그것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통념이다. 그러나 우리가 야생에 사는 포유류 암컷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어떤 암컷도 임신하기 전에 여러 번의 주기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임신하고 수유하는 것이 실제적인 모습이고 수유가 끝난 다음 임신을 하기 전에 몇 번의 난소 주기를 거칠 뿐이다. 내가 연구한 마다가스카르의 쥐여우원숭이도 보통 맨 첫 주기 교미 기간에 임신을 한다. 두 달의 임신을 지나 출산한 뒤 암컷들은 보통 교미 기간이 끝나는 3월 이전에 한 번 더 임신을 한다. 따라서 쥐여우원숭이 암컷은 매년 기껏 해야 두 번의 난소 주기를 지나며 두 번 임신한다. 고등 영장류 중에서는 지브롤터의 바바리원숭이 암컷이 전형적으로 한 번 혹은 두 번의 난소 주기를 가지고 매년 한 번씩 임신한다. 쥐여우원숭이처럼 대부분의 가임기 암컷은 가을 교미기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주기에 임신을 한다. 6개월의 임신 기간을 지난 다음 봄에 출산을 하고 다음 가을이 올 때까지는 더 이상 교미를 하지 않는다.


인간은 일 년 내내 임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점은 계절적 주기를 갖는 영장류인 쥐여우원숭이나 바바리원숭이와 크게 달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과 채집을 하고 피임을 하지 않는 인간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들 생애의 대부분 시간을 임신하거나 수유하면서 보낸다. 이런 사회의 여성들이 다음 번 임신할 때까지 겪는 생리 주기는 몇 번 되지 않는다. 서아프리카 말리의 중앙 고원에 사는 도곤 부족을 연구한 인류학자 비벌리 스트라스만에 따르면, 이들 부족의 여성들은 가임 기간 동안 전부 다 합쳐서 약 100회 정도의 생리를 한다. 산업사회가 도래하기 이전의 역사 기록을 보아도 여성들은 도곤 부족의 여성들과 크게 다른 삶을 살지 않았다. 계속해서 임신을 하고 가끔 생리 주기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을 뿐이다. 이와는 달리 현대 산업사회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거의 임신을 하지 않고 가임기 동안 총 400회 이상의 생리 주기를 겪는다. 인간의 성인 여성은 따라서 생애 대부분의 시간을 임신하거나 수유하도록 진화되었음에 분명하다. 이 점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경구 피임약은 배란을 억제하되 평상시의 생리 주기 양상은 유지할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이런 설계는 오랫동안 여성이 연속적으로 생리 주기를 갖는 것이 자연적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차례의 계속되는 임신과 그 사이 몇 번의 생리 주기를 갖는 것이 성인 여성의 자연 상태에 훨씬 가깝다. 다른 포유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임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대형 유인원들과 비교했을 때 여성은 계속해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생리 주기를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경구 피임약은 모든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는 파편적으로 몇 주기의 생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바로 그것이 자연적인 생물학적 유형을 흉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 년 내내 교접하고 어느 때라도 임신한다. 그렇지만 거기에 어떤 계절적인 변수가 존재하지는 않을까?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록슬리 홀」에는 ‘봄이 찾아오면 젊은이들은 꿈꾸듯 사랑에 빠진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나 민요는 젊은이들의 사랑이 마찬가지로 계절을 타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의 출생이 계절적 유형을 보인다는 과학 저술은 생각보다 많다. 일 년 중 어느 시기에 정점에 이르고 6개월 뒤에는 바닥을 친다. 믿을 만한 피임 기법이 보편화되기 전에 기록된 북반구 출생 연보를 보면 인간의 출생은 간혹 예외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반복적으로 봄에 그 정점에 도달한다. 산업사회에서는 현대적인 삶의 양식이 이런 계절적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이런 사회에서도 일정한 계절적 양상이 엿보인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후략)


* 이 책은 7월 중에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