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읽는 책 한쪽┃<잃어버린 장미정원> 마야 무어 지음, 김욱균 옮김


<잃어버린 장미정원>을 펴내며

-김욱균(코리아 로즈 소사이어티 회장)


2013년 6월이었다. 세계장미회연합(WFRS-World Federation of Rose Societies) 연차대회가 구동독의 유서 깊고 아름다운 장미마을 상거하우젠에서 개최되었다. 행사에 참가한 일본로즈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엄청난 재해로 일본 최고의 장미정원을 잃어버렸다는 소식을 세계 각지에서 참석한 로자리안들에게 전하였다.


일본의 도호쿠지방 후쿠시마에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정도 지난 즈음이었다. 이 소식과 함께 이 아름다운 장미정원을 기억하고 장미를 통해서 희망과 위로의 활동을 펼치기 위한 노력이 사회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 일환으로 고전장미와 덩굴장미 클럽 회원들과 아마추어 장미사진 동호인들이 중

심이 되어 잃어버린 장미정원의 사진전을 전국을 순회하면서 개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저자 마야 무어와의 첫 만남은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 5년이 지난 2018년 6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WFRS 총회에서였다. 그 동안의 사연과 활동이 책으로 엮여 출판되었고, WFRS의 최고의 영예를 가진 장미서적 분야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장미를 통해서 연결되는 로자리안들의 이야기이다. 장미에는 사랑과 평화의 의미를 담아내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다. 젊은 시절 장미에 매료되어 평생을 바쳐 일본 최고의 장미원을 이루어내었지만 대지진으로 졸지에 정원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정원사, 오랜 세월 때맞춰 피어나는 장미의 신비로운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아 온 장미사진동호인들, 잃어버린 장미정원 속에 담긴 의미와 문화를 찾으려 애쓰는 장미애호가들. 이들이 절망 속에서도 장미를 매개로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새로운 꿈과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의 장미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되며, 많은 문장과 시, 그림으로 그 유산이 남아 있다. 또한 오늘날의 정원 장미의 원류인 야생의 장미들은 우리의

삶과 정서에 오롯이 남겨져 있으며 찔레, 해당화에는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을 아우르는 한국인의 소박한 애환이 깃들어 있음을 우리는 자주 느끼게 된다.


현대에 들어서도 일제시대 이후, 서울, 부산, 전주, 경주, 진주, 마산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장미를 가꾸거나 장미전시회를 개최하고 회보를 발간하는 등 왕성한 동호인 활동을 했던 장미애호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시작하기 전에는 우리가 사는 집 앞마당이나 뒤뜰에는 채소밭을 겸한 작은 꽃밭이 있었다. 어머니의 꽃밭 같은 소박한 정원에는 맨드라미, 봉숭아 같은 꽃들과 함께 장미가 즐겨 심겼다.


학창시절 초여름 즈음이 되면 담장을 에워싸고 뻗어나가는 붉은 장미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압축성장이 가속되던 1970년도 산업화의 용솟음 속에서 아파트타운의 보편화는 우리 주거문화를 변화시켰고, 앞 뒤꼍을 가꾸던 우리 정원문화는 서서히 자리를 잃게 되었으며, 장미를 가꾸고 좋아했던 이웃의 장미문화도 같이 사라지고 우리 또한 우리와 함께 해왔던 소박한 장미정원을 잃어버렸다.

최근에 우리 사회도 정원과 정원문화가 되살아나고 장미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책이 장미서적 분야의 수상작으로 발표된 총회는 WFRS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로즈소사이어티가 41번째 회원국으로 입회가 승인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로즈소사이어티는 2009년 <사계장춘회(四季長春會)>라는 이름의 장미공부모임이 모체가 된 서울로즈클럽이 중심이 되어 장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고자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잃어버린 장미정원』은 우리의 잃어버린 장미문화와 유산을 찾아보고 끊어졌던 우리 사회 로자리안 활동의 맥을 이어갈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