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출간 기념 좌담회


일시: 2017년 1월 7일 장소: 동국대 계산관 강의실 참석자: 김동광, 김명진, 김병수, 박진희, 궁리(사회자)





사회자 ⋮ 안녕하세요. 오늘 이 자리는 이 책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의 출간을 맞아 집필진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좌담을 여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책 속의 다양한 논쟁 주제들에 관하여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생각을 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주신 집필진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먼저 이 책의 출간에 이르게 된 과정과 전반적인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김동광 ⋮ 이 책의 집필진은 모두 시민과학센터에 속해 있는 연구자들입니다. 시민과학센터는 1997년 말에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과민모)이라는 형태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과학기술과 시민참여, 생명공학 관련 당면 현안들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직접 행동을 조직하는 식으로 상당히 운동적인 성격을 띠었고, 그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2005년 ‘황우석 사태’ 때도 회원들이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에 단체가 참여연대로부터 분리 독립하면서 회원들이 지닌 과학기술학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살려서 연구소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기술에 대한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다양한 주제를 통해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구제역, 화학물질, GMO, 핵발전소 등의 책 속 주제들은 우리 사회에서 활발히 토론되어야 하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논쟁의 주제들입니다. 제가 다룬 구제역이라는 주제만 해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항상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거기에 대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탑다운식(Top-Down, 하향식) 규제에 매몰되어 있고, 대부분 외국 규정들을 그저 그대로 수입해 우리나라 맥락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양한 규제나 많은 쟁점들에 대한 우리 나름의 거버넌스를 수립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전반적인 흐름은 거번먼트에서 거버넌스로, 이른바 통치에서 협치로의 전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정부나 정책 입안자, 또는 과학자들이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자신들이 통치하면 된다고 해서 거번먼트의 개념에서 많이 얘기했지만, 오늘날 불확실성의 증대와 단순한 사안이 없는 복잡한 사회에서 어느 한 영역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부문의 많은 행위자들이 같이 노력해서 민주적 논의와 토론, 건설적인 논쟁 과정을 거쳐서 사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해결방안이 저절로 주어지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부분에서 겪는 과정을 당연시해야 하지만, 그런 비용을 지불하려고도 하지 않고 어떻게든 쉽고 간편하게만 넘기려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오늘날 과학기술학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전제되는 가정은 불확실성이 소거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론에서 위험은 사라질 수 없으며, 근대사회가 가지는 근본요소이기 때문에 계속 재생산된다고 주장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과학기술의 시대에서도 불확실성을 하나의 요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학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없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에 대응하는 방안은 일부 전문가 그룹이나 외부에 의한 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스스로가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논쟁들은 우리가 그런 논의를 활성화시켜서 앞으로 벌어질 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즉 민주적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김명진 ⋮그래서, 오늘날 과학을 생각함에 있어 논쟁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통 과학은 정답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누가 옳은지 그른지 모르는 상태에서 치고 박고 싸우더라도 조만간에 누가 옳고 틀린지 답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정답만 알면 되지 과정을 지켜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많이들 생각하고는 합니다. A가 옳거나 B가 틀리거나 B가 옳거나 A가 틀리거나 둘 중 하나라서 중간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과학의 주제들은 그렇게 금방 정답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GM 식품도 그렇고, 화학물질 규제도 그렇고, 구제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누가 봐도 이게 답이다 할 만한 딱 부러진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고, 과학에 내재한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이 과학에 기대하는 확실성 같은 것들을 손쉽게 얻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논쟁의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논쟁들을 따라

가면서 교훈이랄지 통찰이랄지 하는 것들을 얻는 과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분명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논쟁 자체, 불확실성 자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독해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반 과학 독자들도 논쟁이라는 측면을 그렇게 바라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병수 ⋮ 과학기술 쟁점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든 간에 한 번 결정이 되면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럼에도 평상시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과학기술 쟁점에 관심을 갖기 어렵습니다. 주로 언론의 단편적 보도에 크게 의존하게 됩니다. 중요한 과학기술 쟁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논쟁이 벌어져야 합니다. 논쟁을 통해 다양한 쟁점들이 나오게 되고 또 어떤 쟁점이 향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가치 있는 쟁점인지 알게 됩니다. 이 과정은 일반시민, 과학자, 정책 결정자들이 특정한 쟁점의 다양한 의미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논쟁을 통해 제대로 학습하고 더 나아가 판단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쟁을 확산시키고 그 결과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과거의 시민참여 사례들을 보면 이러한 우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반 시민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핵발전이나 배아복제와 같은 어려운 쟁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과학기술 쟁점의 경우 일부 전문가나 관료가 판단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희 ⋮ 그렇지요. 기존에 과학을 다룬 책들은 과학은 확실한 것이고 과학이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원고들은 과학기술의 불확실성 문제라든가, 과학기술이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규제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측면의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경제적 측면이나 기여도라든가 이런 것에만 치중해왔던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시각을 다시 성찰해볼 수 있게 해줍니다. 과학의 경제적 기여라는 측면보다는 현대의 불확실한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어떤 위험을 양산할 수 있고 그 위험이라고 하는 부분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자 ⋮ 이 책을 서점에서 접하게 될 일반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동광 ⋮ 우리 사회에서 교양이라고 하면 상당히 편향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문이나 예술 쪽으로만 교양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우리 시대의 교양은 과학이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고 사실 ‘인간이란 무엇인가’처럼 우리가 제기하는 가장 인문적 또는 철학적인 논제들도 과학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고 관심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에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고는 합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 시대에 과학이 가지는 권위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 워낙 어렵고 전문가들만 하는 것이라는 식의 생각이 사람들한테 깊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제로 과학기술과 항상 맞닿아 있고 매번 선택도 해야 합니다. 휴대폰, 카메라 기종을 택할 때도 끊임없이 학습하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이 일반 독자들한테도 부담스럽지 않게 오히려 한 단계 더 깊이 있게 과학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리라 봅니다.






박진희 ⋮ 덧붙여, 예를 들면,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프로작(Prozac)이나 여러 가지 화학물질, 혹은 GMO 등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상들입니다. 우울증 걸린 본인이 어떤 치료제든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프로작을 선택했을 때 나한테 효과가 있을까 없을까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과학기술로 둘러싸인 오늘날의

일상입니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판단 과정에 가장 중요하게 기준을 삼는 게 소위 전문가 아닙니까? 의사들의 처방이 있어야 하고 컨설팅해주는 사람의 정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 현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끔 강의 시간에 학생들한테 이런 상황을 설명해주곤 합니다. 신문을 펼쳐보면 어떤 때는 커피가 몸에 엄청 좋은 것이었다가 또 일주일 지나면 유명한 대학에서 실험을 했는데 커피가 신경질환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믿어야 할 전문가들의 언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소비자로서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는 게 현실이라고요. 현대사회, 불확실한 이 시대에 소비자들이 겪는 곤혹스러움입니다. 이와 같은 곤혹스러움이 왜 발생하게 되는지를 논쟁을 통해 살펴보면 전문가들이 혼동하게 되는 원인을 알게 됩니다. 과학에서 데이터를 생산해내는 과정이라든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의 언술의

바뀜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과학에 대해서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어떤 정보들이 필요한지 들여다보면서 과학의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입니다. 과학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고, 전문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김명진 ⋮또한 이 책의 핵심인 논쟁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논쟁은 사실과 가치 문제가 뒤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과학적 사실에 대한 것들은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지만 가치 혹은 윤리 문제에 대한 것은 과학이 정해줄 수 없으니까 사실 관계가 정리되고 난 후 가치 논쟁만 하면 된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 속의 논쟁을 보면 이 두 가지가 잘 나뉘지 않습니다.


사실 논쟁, 가치 논쟁이 분명하게 구분된다기보다는 이 둘이 뒤얽힌 사실・가치 논쟁으로 존재하는 것이죠. 사실 관련 논쟁인 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그 안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우리가 감수할 수 있느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 하는 식의 문제들이 다 녹아 있습니다. 얼른 보면 과학자들끼리 논쟁을 하니까 어느 쪽 사실이 맞나만 따져보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논쟁에서 사실과 가치는 분리시키기 어렵고, 그런 점도 논쟁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공통된 통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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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좌담회의 전문은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은 2월 중순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