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조선의 수학자 홍정하>를 펴낸 작가 이창숙 인터뷰



Q ∥ 독자분들에게 첫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를 쓴 이창숙입니다. 동화와 동시, 청소년소설과 기획도서를 쓰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는 북한산 밑에 살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Q ∥ 이 책은 조선시대 수학자 홍정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홍정하의 어떤 점에 끌려 집필을 시작하셨나요? A  저는 원래 조선 중후기의 중인들에게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의 중인들은 신분의 벽에 막혀 상층부로의 진입이 어려웠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진정한 교양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홍정하라는 분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전율을 느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자신의 5형제, 장인, 처남, 사돈의 팔촌까지 수학자인 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이했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 과정에서 우리 수학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한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오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우리 수학자와 수학사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Q ∥ 책을 집필하실 때 재밌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는지요? 특별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며 작업하셨나요? A  중인이었던 홍정하에 대해서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수학자들의 과거시험인 산학취재의 합격생 명단인 주학입격안에 겨우 출생연도와 이름, 가계도가 나올 뿐이었습니다. 홍정하가 쓴 『구일집』이라는 수학책이 없었다면 그 많은 합격생 중 한 사람으로 잊혔을 것입니다. 자료를 찾아 도서관과 역사박물관을 뒤졌습니다.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홍정하에 대한 내용들을 모아나갔습니다.

현대가 아닌 과거를 배경으로 창작하는 경우, 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생활상에 대한 묘사인 것 같습니다. 무슨 옷을 입었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이부자리는 어땠고 어떤 집에 살았는지, 말투는 어땠는지, 몇 시간 근무를 했으며 녹봉은 얼마였는지 등등에 대해 자료 조사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도 의식주에 대한 부분은 아주 기본적인 배경으로밖에 드러나지 않지만요.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독자 입장에서는 작품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그 시대 생활상부터 연구한 뒤 내용을 써내려갑니다. 이 책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은 홍정하가 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수학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수의 신비함을 깨달은 사람이 느꼈을 괴리감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Q ∥ 책에 실제 우리 역사 속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요. 주인공인 수학자 홍정하 말고도, 역관 유수석, 청백리로 불렸던 이약동, 김수팽, 그리고 문인 홍세태, 겸재 정선, 이병연, 김창흡 형제 등등. 특별히 작가님께서 인상 깊게 본 인물이 있으셨다면요? A ∥ 홍정하와 막역한 사이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역관 유수석입니다. 홍정하의 『구일집』에 둘이 함께 중국 사력 하국주를 만나러 가서 수학 문제 풀이를 하는 일화가 등장합니다. 역관이면서 왜 그렇게 수학에 관심이 많았는지, 수학자도 쓰기 힘든 수학책을 어떻게 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유씨구고술요』라는 책이 유수석의 집필인지조차 확인된 것은 아니고 역사가들의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유수석에 대한 기록은 홍정하보다도 더 없었습니다. 외모가 어땠는지, 성품이 어땠는지, 집안 사정이 어땠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먼저 홍정하를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예민하며 학구적인 인물로 설정한 뒤 벗인 유수석은 그와는 전혀 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이약동, 김수팽, 홍세태, 정선, 이병연, 김창흡은 같은 시기에 한양에서 살았다는 것뿐이지 홍정하와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그 당시는 인구가 극히 적었으므로 한양에 살며 어떤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라면 서로 어떤 식으로든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실제로 교류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지요. 그래서 서로 깊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일화는 전해오는 사료를 근거로 했음을 밝힙니다.

Q ∥ 소설에서 동이라는 소년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은 동이를 통해, 그리고 홍정하와 동이의 교감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아주 살짝, 이야기 들려주신다면요? A  홍정하는 조선의 산학자들 중에서도 학문적으로 월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당시 수학책을 쓴다는 것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수학책을 썼다는 것은 수학을 생업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후대에도 계속 연구해야 할 학문으로 인정했던 것이지요. 산학청 교수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셨지만 그건 관리로써 녹봉을 받는 직업인으로서의 수업이었습니다. 인생의 고난을 겪고 난 뒤에 얻은 지혜와 덕으로 곤궁하지만 영민한 한 아이에게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싶었을 것 같아 동이라는 아이를 등장시켰습니다. 무림의 가장 중요한 비법이 적자가 아닌 의외의 인물에게 전해지듯이요. 남양으로 낙향하여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장면은 제가 오랫동안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 이 책은 경복궁 옆 웃대 지역(지금의 서촌)과 홍정하의 고향인 화성 남양이라는 공간이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서촌의 수성계곡, 백사실계곡 등도 등장해서 그런지 마치 300년 전 그 당시로 돌아가 등장인물들과 걸음을 같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집필을 하실 때 그 공간, 지역을 답사하기도 하시나요? 선생님 작품에는 ‘지역성’과 ‘뿌리’가 중요한 테마로 스며 있는 것 같습니다. A  이 책을 쓰는 동안 수성계곡과 백사실계곡을 수차례 찾아갔습니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옥인동 언덕을 올라 수성계곡으로 가거나 부암동에서 백사실계곡을 지나 창의문을 지나는 동안 조선시대 이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 상상해보곤 했습니다. 기린교를 보며 정자에 앉아 시사를 여는 여러 선비들의 모습도 그려봤습니다. ‘제가 이 책을 잘 쓰도록 도와주십시오.’ 하고 속으로 빌면서요. 홍정하가 낙향했던 남양은 제 고향이라 동네 이름을 비롯하여 마을의 모양도 고향을 모델로 했습니다. 저는 전주 이가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에서 자랐는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어려서는 사실 고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언제나 화성을 염두에 두고 쓰고 있더라고요. 좋건 싫건 그곳이 저를 키운 곳이니 저의 많은 부분이 그곳에 빚졌을 겁니다. 제가 쓴 『무옥이』라는 청소년소설은 1,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의 배경이 화성입니다. 2부는 조선방직이 있었던 지금의 부산 동구 범일동 조방사거리가 배경입니다. 조방사거리는 찾아가보니 너무 많이 변하여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조방앞이라는 버스 정류소 이름으로만 남았더군요. 그곳이 왜 조방거리인지 아는 부산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조방낙지로 유명하지요. 다음에 쓸 책도 역시 남양만이 배경인 걸 보니 저는 화성이라는 지역을 계속 변주하고 있네요.

Q ∥ 오랫동안 문인들과 고전 강독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고전 읽기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청소년들이나 독자분들께 고전의 매력, 더불어 역사 소설의 매력을 들려주신다면요? A  논어를 공부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좀 시큰둥했어요. 고리타분하게 느껴져서요. 3천 년 전 공자가 한 말씀이 지금 이 시대에 무슨 힘을 가질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이 워낙 좋은 분들이라 참여하게 되었는데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지금은 꼬박꼬박 공부할 시간을 기다리고 사정이 생겨 못하게 될 때는 무척 서운합니다. 고전을 읽는 이유와 고전에서 얻는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후대의 위정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왜곡과 날조를 일삼았지만 그 가운데 성현이 말한 본래의 뜻을 유추해보는 것, 그리고 지금 상황에 대비해 해석하는 것, 그것이 고전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논어 강독 모임은 작가와 편집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한 구절을 읽고 한 시간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뜻일 것이다, 아니다, 공자님은 역시 보수주의자다, 아니다. 열띤 토론을 하고 자주 공자님을 비판하기도 하고요. 우리 공자님 귀엽다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요. 대부분은 많이 감탄합니다. 그리스 시대의 철학이 이후 현대까지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듯이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이 지금까지도 유의미하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하곤 합니다. 고전은 역시 혼자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와 인생관을 얻는 것이니까요. 고전이 수천 년을 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느낍니다. 저의 경우 힘들 때 논어의 구절에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자님의 인생 또한 고단함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런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최근에 『화성을 지킨 사람들』이라는 책을 펴내셨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 여러분과 만날 계획이신가요? A  이번에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탈고했습니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남자와 그 남자의 가게에서 마주 보이는 원효봉 중턱 암자에 사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북한산의 봉우리, 계곡, 능선들을 배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지 않은 봄까지의 1년을 다룹니다. 극심한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이 북한산이라는 위대한 자연 속에서 어떻게 슬픔을 치유하고 끝내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지에 대한 소설입니다. 다음으로 쓰고 있는 작품은 화성 남양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여자의 일생을 다룬 소설인데요. 1919년에 태어나 2020년까지 산 여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릴 작품입니다. 여러 사람에 의해 짓밟히지만 신비한 능력을 발휘해 많은 생명을 살린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2/3 정도 썼습니다. 두 작품은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고요. 내년에는 16세기 프라하에서 만난 두 과학자의 이야기를 쓰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과학적 지식이 워낙 부족하여 걱정이 많습니다. 잘 쓸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Q ∥ 이 책은 어떤 분들에게 닿으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수학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수학이 학문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던 조선시대에 수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후세를 위해 수학책을 집필했던 한 학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이 우리 역사 속 다른 수학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따뜻한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