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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을 출간한 환경운동가 이수경 작가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이수경 선생님. 1989년 환경과공해연구회 창립 멤버로, 대구 페놀 오염사고, 안면도, 굴업도 핵폐기물처분장 반대운동, 4대강 살리기운동, 기후변화·에너지·대기·수질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등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해오면서, 이번에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를 들려주신다면요?


A∥ 코로나19를 겪어내면서 재난이 사회와 개인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와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는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이었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람들은 건강과 생명만 잃은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피해로 삶이 휘청였고 많은 나라가 정치적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크기와 범위가 코로나19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는 데 두려움을 느낀 사람이 저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숱한 과학적 사실들도 기후변화가 불러올 재난이 규모와 범위에서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예측 가운데 분명한 것은 기후재난이 개발의 수혜에서 소외된 사람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다는 ‘기후재난의 부정의’뿐입니다. 기후재난뿐만이 아닙니다. 기후변화를 야기한 산업구조나 에너지, 경제정책과 같은 기후대책으로도 개발의 수혜에서 가장 벗어나 있던 사회적 약자는 삶을 위협받습니다. 삶이 위협받는 약자가 늘어날수록 국가간에는 전쟁의 위협이 국내적으로는 정치, 사회적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이렇게 높아진 불안정성은 기후대책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후변화와 같이 사회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쳐서 그 영향 범위를 예측하기 힘든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그래서 사회 안전망을 든든히 하는 방법뿐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우리 정부가 국가공동체의 일원들을 기후변화라는 비바람 속으로 힘없는 사람 순으로 밀어내지 않으려면 사회 안전망을 다시 점검하고 고칠 궁리를 시급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환경운동 초기부터 어떤 부분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활동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기억나는 경험이 있으시면 함께 들려주셔도 좋습니다.(1983년에 난지도에서 생활야학을 참여하시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A∥1983년 제가 야학에 참여했던 난지도는 서울 폐기물 매립지였습니다. 당시에는 재활용할 것과 폐기물을 섞어 버릴 때라 폐기물에서 재활용품을 분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난지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무허가 주거시설이었던 난지도에서는 매립된 폐기물 위에 집을 짓고 파이프를 박아 펌프로 식수며 생활용수를 끌어올려 사용했습니다.


제가 과학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한 학생이 식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질조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온통 난지도 철거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던 저는 학생의 요청을 잊어버렸습니다. 속으로 ‘무슨 배부른 환경문제? 철거로 쫒겨 날 판국에’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거창한 목표만 중요하지 사람들 사는 문제 따위는 왠지 시시해 보여서 그랬을 것입니다.


난지도에서 생활야학을 그만두고 길을 잃었을 때, 다시 환경운동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할 용기를 낸 건 그때의 허영심에 대한 반성과 죄책감이었습니다. 시작뿐 아닙니다. 소극적이고 소심한 성격 탓에 환경운동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마다 학생이 맡긴, 제가 내팽개친 페트병 속의 난지도 물을 떠올렸습니다. 환경운동을 계속해야 했던 것은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입니다.




Q∥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에서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코로나19, 양극화 해소, 지역균형발전을 다룬 책 22권도 함께 소개하면서 기후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고 넓게 가져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지요?


A∥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에서 자주 인용한 책입니다. 역사적 자료를 광범위하게 축적해 만들어진 이 책들은 경제학을 잘 알지 못하는 제가 불평등의 역사와 현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후변화는 단지 기상이변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변화가 문제인 까닭은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과 사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고 역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 경제, 정치, 체제는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심화시킨 원인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을 폭넓게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시 같은 『기후정의선언』도 소설 『아메리칸 러스트』도, 이주노동 르포 『깻잎투쟁기』도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얻은 자료들입니다. 다양한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다양한 사람의 의견과 경험이 중요하고 인류가 맞닥뜨린 전례 없는 위기인 기후재난의 해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Q∥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을 고민할 때 ‘수도권 집중문제’가 늘 걸림돌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책의 3장과 4장의 제목 또한 ‘기후변화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많다(지역이 있다)’는 그래서 구성하신 부분 같은데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약자들이 누구인지가 더욱 확연해지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기후변화 해법이 궁금합니다.


A∥ 전 세계를 통틀어 시행되고 있는 유일한 기후세제는 탄소세입니다. 그러나 탄소세가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이라고 주장하기엔 탄소세가 갖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기후변화에 효과를 발휘할 만큼의 세율로 탄소세를 부과하기 힘든 건 탄소세는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소득역진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탄소세의 소득역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소득 형태의 탄소배당을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에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건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당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개발의 혜택에서 벗어난 사람일수록 기후재난에서 벗어날 자원도 적게 갖고 있고 결국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크게 입게 된다는 부정의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적 안전망 없는 기후대책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정성만 높이고 결국 제대로 시행조차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경제적, 지역적 양극화의 해소가 기후변화대책과 동시에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와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지역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고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기후변화로 산불, 화재, 수해, 산사태 등 재난에 더 많이 노출될 지역의 공공관리에 들어갈 비용을 중앙정부와 개발로 수혜를 얻었던 지역이 공동으로 부담하지 않고는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마저 제공받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공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소외된 계층과 지역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과 공공서비스의 확대가 기후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Q∥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10대 청소년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내어서, 요즘에는 청소년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기후 및 환경 교육활동도 꾸준히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갈 환경운동 및 활동은 어떤 방향이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기후문제뿐 아니라도 청소년의 정치참여, 정책참여는 늘어나야 합니다. 아동, 청소년은 재난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는 약자라는 것은 이미 코로나19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기후변화에서 ‘미래’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1987년부터 걱정했던 그 당시 청소년의 미래는 이미 지났습니다. 그 미래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그 미래세대가 자라서 기성세대가 되어 정치에 참여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래가 걱정된다면 걱정하는 지금 움직여야 합니다. 정치참여의 나이 제한은 더 낮아져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입니다.


기후정책을 포함한 국가정책 모두 청소년에게도 더 많이 공개되고 청소년이 학교현장이나 사회활동을 통해 이에 대한 의견을 더 많이 사회와 공유해야 합니다. 미래세대가 아닌 현재 청소년 세대의 의견이 당장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정책과 입법에 반영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기후변화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후변화뿐 아닙니다. 다른 환경문제나 사회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의 실천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천하는 개인이 사회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실천의 한계도 실천하는 개인이 가장 절감합니다. 정책적 대안도 기후정치도 실천하는 개인의 연대가 만듭니다.


한국에서 정치는 조롱거리입니다. 정치인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며 제 밥그릇을 지킵니다. 그러나 정치에 냉담해질수록 정치가 나와 나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은 오히려 커집니다. 정치인으로 상징되는 간접정치의 한계가 분명하다면 정책과 입법에 참여하고 정치를 바꾸는 국민의 직접 참여를 늘려야 합니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직접민주주의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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