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를 펴낸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들 인터뷰


Q ∥ 우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지향의 변호사들입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당초부터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쓴 것인 만큼, 낮선 법률 용어를 자제하고 일상의 언어로 쉽게 쓰고자 노력했는데,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져 독자들에게 죄송한 말씀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이 책은 이미 수년이 지난 과거의 변론을 글로 쓴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 문제, 여성문제, 아동 학대, 더욱 정교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가 기관의 감시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바로 어제 한 변론에 대한 글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일까요. 결코 넘을 수 없는 완강한 벽에 갖히게 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부당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희망이고, 미약한 전진을 거대한 진보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족한 변론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지만, 기쁨이 더 큽니다. Q ∥ 이번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은 “다수와 주류의 폭력에 맞선 사람들과 함께한 변호사들의 공감충만 변론기“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들을 주로 담으려 했는지 궁금합니다. A ∥ 이 책은 십여 년 동안 각자 다른 공간에서 활동해온 7-8명의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지향에 모여 함께 일하게 되면서 쓴 변론기입니다. 십여 년 넘게 변호사 일을 해오면서 많은 사건들을 겪었습니다. 마음에 남지 않은 사건이 없습니다만, 그중 특히 함께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변론기를 한겨레 21에 ‘7인이 변호사들’이란 제목으로 연재한 것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연재를 했던 목적은 독자들과 우리의 변론기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저희들이 서로에 대해 모르던 것도 많이 알게 되고, 경험도 공유하게 되어 참 좋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담은 이야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의뢰인)과 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마음에 남은 의뢰인을 기억하다보니, 결국은 잘못된 법과 제도의 피해자, 다수의 폭력에 희생된 피해자였습니다. 저희들이,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해 아픔으로 남아 있는 그런 사람과 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Q ∥ 이 책을 읽어보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웃이 어떤 일을 하는지 조금은 간접체험을 할 수 있더군요. 김 변호사님이 생각하기에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저도 동료변호사들이 쓴 글을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변호사란 참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구요. 정말 다양하고, 중요한 사건을 많이 변론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여기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 독자들도 변호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 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박하게 보자면 변호사는 전문적인 법률 지식으로 누군가의 편이 되어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를 돕느냐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직업적으로 수많은 사건 사고를 만나게 되고, 누군가의 편이 되어 그를 위해 일합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냐에 따라 변호사가 하는 일은 많이 달라집니다. 잘못된 법과 제도의 피해자를 돕다보면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고, 전쟁 피해자를 돕다보면 평화를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Q ∥ 주로 약자들 혹은 소수자들에 속하는 의뢰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아울러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자주 목격하셨을 것 같아요. 특히 두드러진 문제들로는 어떤 것들을 꼽으시는지요? A ∥ 특별한 '소수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권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요. 그것은 대부분 사회안전망의 부족 때문에 생긴 것인데요. 땀흘려 일하는 절대 다수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사회적 위험을 겪었을 때 안전망이 없는 세상이 되면 더이상 공동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만큼 열심히 하면, 이 정도의 안전망은 있겠지"라고 기대할 수 있는 공동체의 복원이,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Q ∥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독자들에게 들려주세요. A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기보다는 글에 쓰지 못한 비교적 최근 사건이 떠오릅니다. 아동 성폭력의 가해 소년들을 변호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제가 국선 보조인(국가가 선임해주는 변호인의 일종)으로 소년들을 도왔던 사건입니다. 중학교 2학년 소년들이 동급생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자식을 꼬여 냈다며 오히려 여학생을 원망하던 부모들에게 화를 내가며 설득하고, 소년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한 아이의 인생에 어떤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알려주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습니다. 피해 소녀가 아픔을 극복하고 잘 성장해나가길, 가해 소년들이 진정 잘못을 깨닫고 속죄의 마음으로 바르게 성장해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주 생각합니다. Q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용감하게 말해도 소외당하거나 따돌림당하지 않는 사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한 명 한 명이 평소 어떤 태도와 시각을 갖춰나가면 좋을지요? 

A ∥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관용과 인정,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이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통을 돈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태도, 아이들을 안전한 세상에서 키우고 싶다면서 시위를 했던 유모차 맘들을 ‘아동학대’라며 고발하는 것을 보며, 저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려움들을 모두 개인들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수와 기득권 세력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가 큰 문제라 할 수 있지만, 나와 다른 것, 다수가 소수를 타자화하고,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문화의 확산 이런 것이야말로 기득권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고착화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