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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 | 『아이와 찾은 한자,한 단어 마음 공부』를 펴낸 우승희 저자 인터뷰



Q. 독자분들께 첫 인사와 간단한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어떻게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안녕하세요. 저는 고전을 읽고 공부하는 우승희라고 합니다. 『아이와 찾은 한자, 한 단어 마음 공부』는 아이와 한자를 나누는 과정에서 저와 아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담은 책입니다. 아이와 한자를 나누는 것에 대해 저조차 처음에는 반신반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지’, ‘너무 어렵게 접근해서 오히려 한자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할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이미 사용하는 말 안에 담긴 한자의 의미를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혹은 좋아하는 동화에서 한자어를 찾아 매일 한 번씩 나누는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가 한자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일상의 언어가 고전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보면서 저도 마찬가지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자를 나누며 아이와 제가 함께 성장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Q. 이 책은 일상에서 흔하게 쓰여서 그 의미를 잊기 쉬운 단어의 뜻을 자세히 음미하고 기록한 것입니다. 책을 읽고서 ‘이것도 한자였어?’ 하고 놀라서 다시 들여다본 말들도 제법 있었는데요. 그중 몇 가지 단어를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저는 학습이 필요할 때 한자의 뜻을 찾아본 적은 있지만 일상 속에서 자주 쓰이는 말에 담긴 한자의 뜻을 새겨본 경험은 없었습니다.


‘미안未安’은 ‘사과’나 ‘사죄’와 달리 우리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편치 않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아이에게 자주 하는 ‘조심操心’이 ‘마음을 잡아라’라는 뜻인지 본래 알지 못했습니다. ‘요리料理’와 ‘양갱羊羹’은 예전에 쓰이던 한자의 의미와 전혀 다르게 쓰이고 있습니다. 요리는 한자의 뜻으로는 ‘정리하고 처리한다’이지만 지금은 음식을 만드는 행위를 말하고, 양갱은 ‘양고기 국’을 가리키는 한자지만 지금은 우리가 즐겨 먹는 간식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예전과 정반대되는 표현도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고전에서 ‘경청傾聽’은 아이에게 바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였습니다. 동화책에 자주 등장하는 ‘심술心術’이라는 단어도 본래 좋은 뜻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자어의 뜻을 새기며 우리의 문화나 역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새벽에 하는 고전 읽기와 글쓰기 습관을 첫책 『어른의 새벽』에서 풀어놓으셨습니다. 이번 책 역시 주로 새벽에 글을 쓰셨나요?


A. 네, 여전히 글은 새벽에 쓰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가까이하며 자라지 않았고 타고나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새벽에는 어쨌든 글을 쓰게 됩니다. 이번에 책을 쓰며 ‘시도試圖’라는 한자어가 ‘그림을 한번 그려본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은 글을 잘 쓰도록 돕지는 못해도 부단히 글쓰기를 시도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고 앉으면 어떤 말이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계속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지우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은 그림이든 글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비록 좋은 글은 아니더라도 새벽의 시간만 확보된다면 언제나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논어』를 시작으로 여러 고전을 꾸준히 필사하고 공부해오셨습니다. 선생님께 고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고전을 만나기 전에 저에게 공부는 언제나 수단이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전부였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본래 그런 수단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나를 성장시키는, 나를 위한 공부라는 점을 논어를 통해서 배우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면서 삶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나를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공부의 도움을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배움을 함께 하게 된 이유도 어떤 것을 얼마만큼 배우고 익히느냐보다는 배움 자체가 인생에서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점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배움을 수단으로 삼지 않으면 오히려 배움이 즐겁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때로는 고전에서 배운 교훈을 잊고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전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요즘에 딸과 꾸준히 함께하는 일이 있으신가요? 한자 이야기도 종종 나누고 계시는지요? 한자를 공부하고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에는 매일 천자문을 매일 두 자씩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강시僵屍’, ‘경칩驚蟄’, ‘억울抑鬱’과 같은 생활 속의 한자는 저조차 어려워서 따라 쓰기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런 한자들을 접하고 나니 오히려 천자문이 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한자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천자문 공부한다!”라고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얼마 전부터 강낭콩과 방울토마토를 키우고 있습니다. ‘식물도 사랑해주면 잘 자란다’는 말을 듣더니 그 옆에서 매일 천자문을 읽어줍니다.

한글 안에 담긴 말뜻을 한자로 알아보는 과정은 문해력에만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도 몇 번 언급이 되었지만 아이는 커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표현과 행동에 미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달라진 점이 보입니다. 요즘에 아이를 유독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가 이유를 물으니 “재원이는 친절한 말을 해”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말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자기의 마음만큼이나 친구의 마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말을 깊게 배우는 것이 친구 관계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 모두 꾸준히 마음을 써야 하는 부분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책을 본 딸 재원이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이 책을 보면 딸이 문뜩 던지는 말이 선생님께 생각지 못한 영감이나 감흥을 주기도 하던데요.

A. 책을 보여주니 “내 책이 나왔네”라며 한마디 하더군요. 『아이와 찾은 한자』에서 ‘아이’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며 표지에 그려진 자기의 얼굴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어른의 새벽』이 처음 나왔을 때는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제 밖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사이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한자를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에는 함께 좋은 고전을 매일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요즘에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해서 여러 번 읽은 책이 『꽃들에게 희망을』입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지만 생각보다 한자어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떠나는 호랑애벌레를 보고 노랑 애벌레의 마음은 “게다가 반대하는 이유를 호랑 애벌레가 납득할 수 있도록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고,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이 한 문장에 ‘반대反對’, ‘이유理由’, ‘납득納得’, ‘조리調理’, ‘자신自身’, ‘당혹當惑’이라는 6개의 한자어가 들어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 한자어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앞으로도 다른 방법으로 한자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추천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한자의 중요성을 알았지만 아이와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궁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와 한자를 공부하는 과정을 담은 책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아이와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는 법이나 독서를 함께 하는 경험을 나누는 책은 많았지만 한자를 어떻게 함께 공부하고 있는지 기록한 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한자는 중요하기 때문에 외워야 한다 정도의 강조나 아니면 한자 만화나 한자 급수를 위한 수험서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공부도 시작은 가벼워야 합니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배움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볍게 한자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글 안에 한자가 담겨 있다’고 아무리 말해준다고 한들 그 의미는 쉽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을 한자로 생각해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책은 아이와 가볍게 한자를 접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A. 최근에 ‘챗GPT’나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말이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식을 어느 정도 습득하고 정답만 맞히는 공부만으로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이 특별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보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선별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기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한자漢字’라는 단어만 접해도 ‘어렵다’, ‘고루하다’는 생각부터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떨까요?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사실 한자는 이전에도 쉽게 검색해서 그 뜻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나의 한자를 배우고 익히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기쁨은 그 손쉬움에 비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이라도 자기가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집니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떠나서 배움은 그 자체로 귀중합니다. 수많은 지식을 아무리 쉽게 손에 얻게 된다고 해도 사람은 그것만으로 즐거움과 만족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 Comment


이 진용
이 진용
May 19

아이와 찾은 한자와 어른의 새벽을 읽으면서 우선 몇 가지 키워드가 마음에 와 닿는다. "새벽의 시간" "일기" "필사" "고전" 등은 지금까지 살면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키워드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하다. 저자 우승희는 지인을 통해 우연히? 또는 필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저자의 서문에서 그 진실성이 평소 나의 생각과 상통하는 면이 상당히 있다. 그 진실성이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지속 시키고 독자들과 공감의 수준을 더 밀도 있게 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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