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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를 쓴 정치철학자 김만권 인터뷰


Q∥ 독자들에게 첫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간단히 책과 선생님 소개 말씀을 해주신다면?

A∥ 안녕하세요, 정치철학자 김만권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강의시간 외에는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정치와 철학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궁리에서 나온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는 제가 학교 강의실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선 일상의 정치에서 중요한 여덟 개의 질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자유란 무엇일까요?” “왜 평등을 말해야 하나요?” “정의의 기준을 무엇인가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는가?” “정치는 엘리트의 것인가, 평범한 사람의 것인가?” “누가 우리를 어떻게 대표하는가?” “무엇이 정치의 신뢰를 만드는가?” 어떤가요.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요.



Q∥ 책제목이 ‘정치에 반하다’입니다. 제목에 ‘반하다’라는 중의적인 말을 쓴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돌아보니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네요. 2013년 학위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길거리 정치철학자로 살아보자는, 조금은 색다른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 결심을 실천하고자 참 많은 곳에 강의를 하러 다녔지요. 그런데 강의에 오시는 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반응이 ‘열광’과 ‘외면’이란 극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어떤 분들은 집착이 아닐까 싶을 만큼 정치에 대해 열광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이래도 될까 싶은 만큼 무관심해 보였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대다수 사람들이 특정한 정치인이 좋아서 정치에 몰두하고, 대개의 정치꾼들이 싫어서 정치를 혐오하고 있었어요. 적어도 제 입장에서 볼 때 두 가지 모두 반(反)정치적으로 보였죠. 제가 아는 한 정치는 행위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는 공유의 영역이거든요. 만약 행위자의 문제라면 우리가 굳이 법치와 같은 어려운 제도화의 길을 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래서 그 영역을 아끼고 지키고 싶은 맘이 들게, 그 영역에 매혹되고 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제목에 담아 보았습니다.

Q ∥ 2008년 광우병촛불집회를 정치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집필한 <참여의 희망>를 펴낸 바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였는데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죠. 2008년과 2016년, 다른 시간, 같은 광장에 서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 한마디로 정리해 본다면, 2008년이 기존에 있는 시스템을 지키러 나선 시민불복종이었다면, 2016년의 시간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는 혁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의 광장은 자신이 소망하는 세계를 밤하늘의 별로 쏘아올린 시간 같은 느낌. 정치적으로 난쟁이 취급받던 사람들이 쏘아올린 그 별들이 시민혁명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 낸 것 같은 느낌. 너무 낭만적으로 표현했나요. 하지만 ‘난쟁이가 쏘아올린 별’에서 난쟁이에 초점을 맞춘다면 절실한 느낌이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Q ∥ (불)평등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으세요. 평소에 자신을 ‘자유주의자’로 소개하시는데요, 자유주의자로서 (불)평등과 분배 문제에 특히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25년 전이네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자유주의자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정치적 입장이었어요. 지금도 때론 그렇죠. 중요한 건 ‘자유주의’라는 말이 아닌 것 같아요. 자유주의 안에도 서로 다른 흐름이 있는 것이니까요. 제가 볼 때 중요한 건 ‘어떤 자유주의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추구하는 자유주의는, 모든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그 자유를 쓸 수 있는 정치사회예요. 자유가 누군가의 특권이 되지 않는 사회. 자유가 누군가의 특권이 되면 그때부터 나머지 사람들에게 자유는 부자유가 되어버리니까요. 자유주의자라면 당연히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만 하죠. 내가 그 ‘나머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여러분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자유는 당연히 누군가의 특권이 되어버리고 말죠. 저는 그런 자유는 거부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를 쓸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동등하게 나누어가지려면 분배에 대한 관심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Q ∥ 정치에 대한 관심이 요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이, 엘리트 정치에 맞서 평범한 시민들이 정치를 견제할 수 있는 틀로 기능할 수도 있을 텐데요, 한편에서는 이런 현상을 ‘팬덤민주주의’라 부르며 경계하는 시선도 없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도 밝히셨지만, ‘정치는 사랑이 아니다’라고 하셨죠. 요즘 현상을 보며 한 마디 해주신다면? A  사실 지금 우리가 ‘팬덤민주주의’라고 걱정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라고 확신해요. 민주주의가 참여라고 한다면 많은 분들은 관심은 필수적인 것이라 이 팬덤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불필요한 적개심으로 발전한다든지, 사회 내 여러 세력과 연대하는 것에 생각지 않은 장애가 된다든지 하는 일은 경계해야만 하겠죠.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침묵하게 만드는 일을 평범한 시민들이 지지할 리가 없다고 확신해요. 지금은 ‘팬덤민주주의’로 보이는 이 현상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관심인 ‘참여민주주의’로 갈 수 있도록 시민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지금은 정권이 교체되고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잖아요. 요즘 시민들이 지식인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지만, 이럴수록 지식인들은 시민들의 자발성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 편집자 주: 이와 관련해 김만권 선생의 자세한 의견은 다음 프레시안 시평 기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정치시평] 지식인들과 시민들,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Q ∥ 강연장에서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민주주의 한다고 밥이 나옵니까?"라는 질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책 한 챕터에서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셨지요. 간단히 그 얘기를 짧게 들려주신다면? A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고 말합니다. 사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입니다. 예를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의 수준에서 보자면 잘사는 국가일수록 좋은 민주주의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못사는 국가일수록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는 흔히 먹고 산 다음에 민주주의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좋은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자신의 국민들, 시민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대합니다. 또한 개인들이 갖고 있는 자유를 누구나 실현할 수 있도록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도와줍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밥만 먹여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밥 이상의 삶의 의미를 실현하도록 도와줍니다. 만약 민주주의에서 누군가가 굶고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있는 자만이 자유롭고 평등한’ 불평등 체제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을 수 있겠지요. ‘그것을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겠는가?’ Q ∥ 우리나라 대선 시기 비슷하게, 프랑스에서도 대선이 치러졌는데요, 프랑스 대선은 결선투표제를 택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이번 책 7장은 전 세계 선거제도의 다양한 모델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보며 이렇게나 많은 선거제도 유형이 존재해? 하며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우리나라도 선거제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요, 선생님께서 선거제도 개선안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A  총선과 대선은 같은 대표자 선출이지만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선은 한 사람의 대표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제도 역시 한계가 있을 수 있지요. 아마 결선투표 정도가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화일 겁니다. 하지만 수백 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총선은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다양한 방식 속에서도 딱 하나 추구해야 할 방향을 들어보라고 한다면, 정당 투표수와 의회 내 의석수가 일정 정도 비례해야한다는 것이에요. 만약 한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체 국민에게 30%를 얻었다면 현행 300석 중 90석 안팎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 탓에 이런 비례성이 상당히 왜곡되고 있어요. 저는 이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봐요. Q ∥ 이번 책에 이어 <혁명에 반하다>라는 후속작도 준비 중인데요, <혁명에 반하다>는 어떤 문제의식에서 시작하는 책인지 궁금합니다. 짧게 예고해주신다면? A  <정치에 반하다>가 일상의 정치에서 물어야 할 질문을 다루고 있다면, <혁명에 반하다>는 변화의 시기에 마주해야 할 질문을 다루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헌법을 쓸 것인가? 평범한 시민들도 헌법을 쓸 수 있는가? 헌법을 쓰는 일을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가? 지금 우리는 정말 혁명을 행하고 있는가? 어떠세요. 여러분은 스스로 헌법의 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Q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길거리 철학자가 길거리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셔요.”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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