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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칼럼포토에세이편집실일기북갤러리독서명언편집실일기책 밖에서 만난 작가┃『가치를 다시 묻다』의 저자, 이윤영 윤한결 인터뷰


Q 『가치를 다시 묻다』를 펴낸 이후, 요즘은 인디고 서원에서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까? A 계속해서 가치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이 물음은 책을 펴낸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되짚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다시 묻다』는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시대에 다시 물어져야 할 소중한 가치들이 무엇이고 그것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책입니다. 지금은 이 물음이 삶에서 유효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작업들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지금 인디고 서원 홈페이지에서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물음을 만들어 던지고 답을 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묻기만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서 가장 결여되어 있는 가치를 정직하게 찾아, 그로부터 변할 수 있는 물음을 스스로 만들어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면 왜 그런지 고민하고, 그 자유를 살아낼 수 있는 질문을 만들어, 실제로 자유를 버려보기도 하고 온전히 실천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자유를 체화되도록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지요. 좀더 넓게는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기획하는 과정도 이러한 가치를 묻는 작업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Q ∥ 2008년에 이어 2010년 8월에 두 번째로 치러지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가 어떤 행사인지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현재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지요? A 인디고 유스 북페어는 기존 도서전의 모습인 책의 판매 및 거래, 피상적인 교류와 배타적인 행사 진행 방식을 거부하고, 책이 가진 진정한 가치들을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기획된 프로젝트입니다.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의 매체나 기존의 자본 및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또는 선정 도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인문적 가치들을 실천하는 청소년 및 작가들을 찾아나섭니다. 상징적이기는 하나 전세계 6개 대륙의 대표적인 학자, 실천가, 청소년을 초청하여 책 속의 가치를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인디고 유스 북페어가 국제 행사로 진행되는 까닭은 이미 어떤 문제가 우리 사회나 지역에서만 이야기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전지구적인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지구화가 오로지 자본을 중심으로 한 획일적인 양상으로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연대와 더 나은 삶을 향한 공동체의 실현으로서 전지구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함께 목격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인디고 유스 북페어는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담론들에 눌려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인문적인 가치들을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이 되고자 합니다. 현재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위해서 각 대륙별로 초청자를 확정하는 작업과 프로그램 구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 가치를 더 이상 묻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는 시대에, 왜 ‘가치를 다시 묻다’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까? A 저희가 다시 묻고자 하는 가치들은 우리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가치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서로 어울려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이상, 이러한 윤리적 가치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과 자주 마주치지요.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들은 누군가가 묻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의 삶에 찾아오는 것이고, 그것에 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물질적인 삶만을 살도록 강요하는 지금의 시대가 개인에게 부추기는 탐욕과 경쟁이 이렇게 저절로 찾아오는 물음들을 차단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윤리적 문제들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순간은 바로 타인의 고통과 직면하는 순간인데, 그 고통에 공감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무한 경쟁사회에서는 이것이 도덕적으로 선하고 옳은 행동일지는 몰라도 그렇게 해서는 경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에 따라 점점 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그것에 눈감아버리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한 중학생이 “왜 타인의 고통에 공감을 해야 하죠?”라고 질문할 정도로, 이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왜 고민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는 정의, 자유, 평등, 사랑과 같은 오래된 가치들이 왜 정말 중요한 지, 그것이 지금 지켜지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 가치들을 삶에서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라는 가치만이 대접받는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가치평가체계에 의문을 던지면서, 여태까지 평가절하되어온, 오래되었으나 본질적인 인간 삶의 다양한 가치체계들을 되살려내어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를 보다 다양하고 평등하게 만들어보고자 ‘가치를 다시 묻다’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Q ∥ 정의-희망, 평등-다양성, 자유-자기실현, 공동체-민주주의, 생명-자연, 아름다움-사랑, 이 열두 개의 가치를 선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들 가치들이 왜 중요할까요? A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현되지 못하는 가치들을 고민하다 보니, 결국 다양한 가치들이 가능한 상태가 '정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원동력도 정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지요. 이렇게 가장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를 설정하고 그 가치를 위해 필요한 또 다른 가치들을 찾아간 것이 지금 열거된 이 열두 가지의 가치들입니다. 정의를 꿈꾸고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치는 희망, 즉 지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었지요. 이렇게 희망으로 정의를 만들어가려니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평등이라는 가치였습니다. 정의로운 상태는 공정하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하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평등이란 단순히 물질적으로 똑같이 나누어 가진 상태가 아니라, 각각의 고유한 다양성들이 제대로 드러나는 상태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르게 가진 다양성들이 오롯이 발현되었을 때 비로소 평등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 그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나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자유는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의 자유가 아니라, 스스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능력과 책임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유인 것이지요. 개개인이 자유를 이야기했으니 그 자유들이 모이는 집단, 공동체를 이야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개인의 자유들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갈등들을 조절하고 합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동체가 아니라, 오히려 그 자유를 가능하도록 하는 장으로서 공동체라는 가치가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공동체는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로부터 배제당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란 끊임없이 갈등하여 배타적인 제도들과 관념들을 깰 수 있는 가치인 것입니다. 이렇게 공동체를 확장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인간인 우리가 자연 속에 있으며,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모든 가치들의 끝은 바로 아름다움과 사랑이었습니다. 앞서 열거한 가치들을 '가치'라고 여길 수 있는 것, 자기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가치들을 삶으로 살아냈을 때 인류 공동의 선을 이룰 수 있고, 그 공동선을 아름답다 여겨야만 이 가치들을 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희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가장 충만하게 살아가고 싶은 근원적인 욕망과 필요로 자연스럽게 가치들을 찾았고, 그 과정과 결과가 바로 책 속의 가치들입니다. Q ∥ 이 모든 작업들이 ‘책’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두 저자에게 ‘책'이란 무엇입니까? A 인디고 서원의 거의 모든 활동들은 ‘책’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책 속에는 걷고 싶고 또 걸어야 할 길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길은 원래부터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나 둘씩 걸어가면서 길이 되었다는 루쉰의 말처럼, 책도 그러한 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답과 동시에 끝없는 물음들이 들어 있습니다.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답해야만 하는 물음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지, 왜 살아가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들은 혼자서 고민하기에는 참 거대하고 어려운 물음들입니다. 다행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해왔다는 사실과 그 고민에 대해 자기 나름의 대답을 절실함을 담아 책으로 써냈다는 사실이지요. 이렇게 책을 단순한 글자들이 아니라 한 개인이 자신에게 찾아온 물음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절박하게 써내려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책이 주는 울림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이 주는 울림은 하나의 답임과 동시에 하나의 또 다른 물음으로 다가옵니다. 책에 난 길은 책의 끝에서 멈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으로 열려 있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가 묻고 답하다 보면, 비로소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자신의 삶에 다양한 물음을 던지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자 하는 중고등학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굳이 중고등학생들과 저를 구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그들에게 훈계하듯, 혹은 충고하듯 할테니 말입니다. 저는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가치를 다시 묻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언제나 완벽하지 않고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에 끊임없이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겸손과 성찰의 자세는 곧 이 사회의 잘못된 것들을 비판할 수 있게 하고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세대인 우리의 힘은 순수하다는 사실,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권위와 권력에 연루되지 않은, 그래서 정말로 순수하게 옳고 선한 가치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대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이미 생겨난 상태라 억울하게도 우리가 그 잘못된 구조 속에서 지내지만, 결국 이 사회를 살아나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그렇기에 기꺼이 문제들을 고쳐나가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책임을 지는 것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우리에게 부여된 끝없는 자유임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고3 때 읽었던 『페다고지』라는 책에서는 늘 완벽하지 않기에, 변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이 한 문장이 이미 제 삶이 되어버렸음을 느꼈습니다. 언제나 변화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책이 제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진실과 옳은 것을 바라보고 향할 수 있게 하는 삶은 그것들을 순수하게 욕망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청소년기에만 가능합니다. 20대에 들어선 저 또한 벌써부터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점점 지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신의 정체성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서 가꾸어야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정체성은 바로 청소년기에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 정체성이 선할 수 있도록, 언제나 더 옳은 것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이러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으로 ‘정세청세’라는 행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해주세요. A ‘정세청세’는 청소년들이 직접 열어나가는 소통의 장입니다.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의 줄임말이지요. 정세청세 역시 지난 2007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함께 읽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 『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정세청세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것이죠. 이 책의 저자인 얼 쇼리스는 미국의 가난한 도시민들을 위해서 인문학 강좌를 엽니다. 빈민들에게 단순한 적선이나 간단한 기술을 배우는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대신, 함께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아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지의 과정을 담은 책이었죠.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은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인문학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도 인문학의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정세청세라는 행사입니다. 소통의 매개체로는 영상세대라 불리는, 책과 친하지 않은 친구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EBS의 <지식채널-e> 영상을 선택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정세청세는 2007년에는 부산에서 8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2010년에는 전국 8개 도시에서 매회 같은 날짜, 같은 시간에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삶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무엇보다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는지 정세청세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정세청세에 와서 개인의 선택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타인의 고통에 영향을 주는 시대에 어떤 삶이 옳은 삶일지, 그리고 한 가지 길만을 강요하는 억압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어떻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궁리하지요. Q ∥ 마지막으로 두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A 저희에게 중요한 가치는 ‘정직’입니다.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정직함은 삶에서 이 가치들을 실현하도록 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지 않도록, 옳은 가치를 추구하고자 했던 시간과 노력들을 배반하지 않도록 늘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힘이 바로 정직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리를 알고 있다거나 이미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또한 정직함입니다. 냉철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세상을 직시하게 하며, 검소하고 겸손하게 실천하게 하는 힘이 바로 정직입니다. 무엇이 옳은 가치인지 늘 생각하게 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정직함이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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