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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어떻게 책을 구입할까? ┃ 인사회 북세미나 현장 보고


지난 2월 18일 서교동에 자리한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지하강당에서 인사회(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월례회가 있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모임의 백미는 일명 ‘북세미나’라 부를 수 있는 출판 교육 시간입니다.


이번 세미나 주제는 “사서 선생님께 들어보는 도서관 운영현황 및 수서 메커니즘”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도서관만큼이나 출판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도 없습니다. 둘 사이에는 ‘책’이라는 단단하고 끈끈한 매개체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것, 조금 거창하게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할 도서관과 출판사. 하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도서관과 사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출판사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서먹하고 싸한 기운이 감돕니다. 그러다 보니 교류나 소통이 활발하지 못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고요(가까이 하기에 아직은 조금 먼 당신이랄까요? ;)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혀보고자 마련한 자리가 이번 세미나입니다.

궁리 마케팅 부장님의 적극 추천(?)으로 궁리지기도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웃으며 따라나서긴 했지만 내심 지루할지도 모르는데 졸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 러. 나. 지루할 거라는 우려는 기우였습니다. 1, 2부 교육을 맡은 두 사서 선생님의 입담에 완전 반해버렸거든요. 평소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고, 또 여러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해주는 일도 하기 때문일까요? 어찌나 말씀을 조곤조곤 재미있게 하시는지 아주 조금 과장을 보태면,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게스트를 만나보실까요? 1인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김정규 사서선생님이시고요. 2인은 송곡여자고등학교 열린도서관 이덕주 사서선생님이십니다. 두 분의 차이점은? 오늘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생각해보면 각각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한다는 점이에요. 도서관의 운영현황과 수서 업무 메커니즘이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노하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답니다.



김정규 사서선생님은 도서관과 출판사 사이를 단 두 단어로 정리하셨습니다. ‘친구 사이’ 그리고 ‘나쁜 남자’. 말씀인즉 독서문화와 출판문화를 같이 이끌어가는 동반자이지만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요. 서로를 경계하며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나쁜 남자들의 만남이라는 묘한 비유로 말문을 여셨습니다. 배려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절친 사이는 아직 희망사항이지만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함께요.

이덕주 사서선생님은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여러 사서교사들이 가지는 애로사항들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요. 그나마 어떤 형식으로든 사서교사가 존재하는 학교는 좋은 경우라며, 일반적으로 국어과나 타과 선생님이 겸임으로 도서관을 맡고 있는 현실, 사서교사의 부재가 안타깝다고 하셨습니다(겸임으로 도서관을 담당하다 보면 아무래도 소홀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일손이 많이 부족하게 된답니다. 학생자원봉사들과 학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신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의 큰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은 공공도서관에 비해 홀대받고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말씀인즉, 정부 지원금은 겨우 현상유지만 가능할 정도인데 목표는 높게 잡고 있는 실정,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요. 무상급식처럼 책도 무상교육의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 도서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못한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셨습니다.





동대문정보화도서관과 같은 공공도서관에서는 정기구입과 수시구입으로 책을 들인다고 합니다. 사서가 선정한 도서를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게 정기구입이고, 이용자들이 희망도서로 신청하는 도서를 구입하는 게 수시구입이라고요. 예전에는 희망도서 구입도 정기구입의 형식을 따랐는데 그러다 보면 너무 늦게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수시구입으로 형식을 바꾸었다고 합니다(작지만 이용자를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이네요.)

물론 모든 책을 필요할 때 수시로 구입하는 게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제일 좋겠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다 보니 분기별이나 반년/연 단위로 정기구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정기와 수시의 구입절차는 다음 이미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절차가 간단하지만은 않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민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① 도서관에 책이 없다! ②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늦게 들어온다! 도서관만큼 책이 많은 곳도 없지만,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간도서들의 경우에는 책이 나오고도 한 달은 지나야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다고요. 어찌 보면 서점과 같은 수준으로 책을 준비해둘 수 있는 것이 도서관의 시급한 임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동대문정보화도서관에서는 도서관과 가장 가까운 동네서점과 연계해 도서를 구입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대형 유통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소규모의 작은 책방들이 문을 닫고 마는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작은 실천인 동시에, 새로운 책을 더 빨리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기 때문에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할까요? (이런 시도를 하는 공공도서관들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궁리지기의 바람입니다.)


학교도서관의 경우도 공공도서관의 경우와 구입형식이 비슷했습니다. 특이점은 수시구입하는 도서의 비중이 적다는 정도. 이처럼 구입의 형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궁리지기가 궁금했던 것은 도서관에서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사서선생님의 취향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김정규 사서선생님은 아마도 많은 사서들이 ‘User Needs’와 ‘True Value’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까라며 말문을 여셨습니다. 예전에는 후자인 사서가 고르는 ‘가치 있는 책’이 장서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만큼 주관적인 것은 없겠지요?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점점 전자인 ‘이용자 요구’에 주안점을 두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물론 두 가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고요). 이용자 요구를 중시하는 데는 또 다른 연유가 있었습니다. 김정규 선생님은 『누가 책을 죽이는가』를 인용하면서 “좋은 책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먼저 사람들이 많이 읽고 찾는 책을 도서관에 구비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도서관을 찾아 그 책을 다 읽은 사람들은 더 새로운, 또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하셨습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말이더군요.

그래서 이용자 희망도서를 우선적으로 구입하려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신간도서를 소개하는 신문기사들을 눈여겨본다고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소개가 되는 책이니만큼 1차적으로 검증된 게 아닌가 싶다고요. 신문에서 책소개를 보고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도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서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책을 사전에 읽고 구매유무를 선택하면 제일 좋겠지만, 시간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아쉽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이렇게 공공도서관이 언론에 소개된 신간정보나 ‘이용자 희망도서’에 좀 더 주안점을 둔다면, 학교도서관은 여러 단체나 공공기관의 추천도서/권장도서 목록을 유심히 살핀다고 합니다. 또한 동료교사들이 추천하는 책도 참고하고요. 그러다 보니 신간을 주로 구입하게 되는 공공도서관과는 달리 절판된 도서들이 구매목록에 올라 난감한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교과와 연계된 주제나 소재의 책이라고 합니다. 어떤 과목이든 수업에 참고하거나 인용 및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면 한 번 더 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요. 그러면서 이덕주 선생님께서 주신 팁은 “어느 분야의 어떤 책이라도 교과와 상관없는 책은 없습니다. 작게라도 그런 부분의 팁을 언급해준다면 책을 고르는 사서교사의 입장에서도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테고, 이는 출판사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돌아가리라 봅니다”라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잘하든 못하든 스스로 움직이길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 쪽으로 탐구활동이 많이 이루어지는 편이라 관련 참고도서가 많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과연 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은 출판사에서 자체 제작해 보내는 도서목록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딱 요즈음이 출판사 도서목록을 공공 및 학교도서관에 보내 홍보하는 시기인지라 궁리지기도 꽤나 궁금했습니다. 정성껏 도서목록을 만들지만, 어쩔 때는 과연 이 목록이 제대로 읽히기는 할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두 사서선생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면서도 살짝 충격을 주었습니다. 공공도서관도 학교도서관도 대부분의 사서선생님들은 출판사에서 보내는 도서목록을 그다지 살펴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단 한꺼번에 너무 많은 도서목록들이 쏟아지고 그 각각이 천편일률적이라 간혹 읽어보아도 지루한 감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책을 팔고자 하는 출판사에서 만든 목록이기 때문에 여타의 다른 책소개 책자에 비해 덜 신뢰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참고는 하더라도 직접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다네요. (일면 당연한 이야기다 싶었지만... 정성들여 목록을 만드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서목록을 아예 만들지 않을 수도 없는 법!) 그러면서 도서목록과 관련한 조언을 비롯해 출판사와 도서관이 함께 커나갈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미 동대문정보화도서관을 비롯한 여러 공공/학교도서관에서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전 읽기 모임, 전국순례그림책전시회, 동화 구연 이벤트 등등. 전시/이벤트 및 저자 강연회를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모르시겠다고요?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도서관으로 연락해보세요.^^; 사서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실 겁니다. 친절한 안내는 기본이겠지요.)  도서관에서 마련한 행사들에 직접 참여해보고 싶다고요? 그럼 다음 사이트들을 방문해보세요. 한눈에도 알찬 정보들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특히 도서관메일링리스트나 한국문헌정보학옐로페이지에서는 전국 도서관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 도서관메일링리스트 http://www.domeri.or.kr/

- 한국문헌정보학옐로페이지 http://211.220.233.144/libinfo/

- 서울시 도서관길잡이 http://lib.seoul.go.kr/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홈페이지http://www.l4d.or.kr/dlsearch/TGUI/Theme/DDM/index.asp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블로그 http://dlibrary.tistory.com/

- 송곡여자고등학교열린도서관http://www.songgok.info/




두 시간여의 발제 시간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세미나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습니다. 그럼 몇 가지 재미있었던 질문과 답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Q. 분실도서가 생겼을 때 특별한 처리방법이 있나요?

A. 학교도서관 : 분실도서가 있어도 거의 신경을 못 씁니다. 분실도서가 워낙 많은 데다 공공도서관처럼 도난방지시스템이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누가 가져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장난삼아 재미로 책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뭐라고 나무라기도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방문해보면 도서관 책이 전집으로 있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경우 상황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는 편입니다.

   공공도서관 : 분실이 거의 많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도난방지시스템 때문이겠지요. 사실 공공도서관에서 분실보다 더 큰 문제는 장기연체의 경우입니다. 빌려가서 반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절판되어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인 경우에는 특히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경우 예전에는 사서가 변상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러지는 않습니다.


Q. 전자책의 수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A. 전자책의 경우 도서관 개관 시 한꺼번에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는 수시로 구매하기도 하지만, 생각만큼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다양한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로맨스류의 책들을 주로 전자책으로 많이 구입하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이용자들도 전자책으로 보는 것을 그다지 꺼리지 않는 편이거든요. 또 이 분야 책들은 시리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서관의 공간 절약 차원에서도 전자책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전자책도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폐기하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자책의 경우 관련 유통 회사가 파산한다던지, 혹 출판사에서 더 이상 해당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든지... 종이책과 다르게 고민해야 할 부분과 문제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Q. 사서가 선호하는 장정스타일이 있다면?

A. 학교도서관 : 표지는 화려한데 겉표지를 벗기고 나면 아무런 정보도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양장이나 무선에 상관없이 겉표지는 버리는데요. 그러다 보니 겉표지를 벗겨도 똑같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하게 됩니다.

    공공도서관 : 마찬가지로, 겉표지가 없어도 제대로 된 책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책이 좋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날개의 정보나 책의 표지를 잘라서 다시 붙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수작업이라 시간을 빼앗기에 되고 이용자들이 볼 때도 책이 예쁘지 않은 문제점이 있지요. 또 하나 말하자면, 종종 제본이 불량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양장의 어린이용 책의 경우 처음 책을 열어보는 것인데도, 쩍 하고 갈라지곤 합니다. 그런 부분은 특히 신경써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끔은 책을 도서관용과 서점용으로 각각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꽤 많은 두 집단과의 작지만 소중한 소통의 시간. 궁리지기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평소 적용해볼 만한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출판관계자든, 도서관관계자든, 독자든 서로가 알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톡톡 튀는 유머까지 글로 전하지 못해 아쉽습니다만, 배꼽이 빠질 정도로 재미있게 강연해주신 김정규, 이덕주 두 사서선생님께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이상 궁리지기였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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