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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 책┃ 인간 최고수명은 언제 150세에 도달할까?


2002년 5월.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저자 머리말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2001년 초 필자는 동료인 스티븐 어스태드 박사와 인간의 최대 수명이 얼마가 될 것인가를 두고 내기를 했다. 내기는 2000년 여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어스태드 박사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그 기사에서 어스태드 박사는 인간의 수명이 결국은 150세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그 말의 진위를 알아보기 위하여 전화를 걸었다. 어떤 면에서 그의 말은 한 인구 집단의 평균 수명이 150세로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래서 필자는 어스태드 박사에게 내기를 제안했고 그 내용은 정확하게 다음과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신용기금에 150달러씩을 예치한 다음 죽을 때까지 매년 10달러씩 적립해간다. 또한 둘 다 사망한 이후에도 각자 친척으로 하여금 앞으로 150년 동안 계속 같은 금액을 적립하도록 한다. 지금은 적립 금액이 작지만 이자를 감안할 경우 2150년에는 약 5억 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부터 2150년 사이에 150세까지 산 사람이 나타나면 전액 어스태드 상속인에게 지불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올샨스키의 상속인에게 지불된다. 내기에서 이긴 쪽에 상속인이 없을 경우에는 적립금은 현재 각자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에 기증하기로 했다.



2005년 1월. 『인간은 왜 늙는가』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노화를 늦추는 약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나는 실제로 내 말에 돈을 걸었다. 지난 2000년 인구학자 올샨스키와 나는 약 5억 달러의 내기를 시작했다. 내기는 언제 인간이 최초로 150회 생일을 맞이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프랑스 여인 잔 칼망이 122세가 조금 넘는 나이로 밝혀진 세계 최고령자이다. 누군가가 15세까지 살기 위해서는 칼망 여사의 기록을 23% 정도만 확장하면 된다.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지 않으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약물이 결국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150세까지 살 최초의 인간이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올샨스키 박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생물학이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코 노화속도를 크게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수명은 지금 그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는 상당히 흥미로운 내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내기가 끝나는 2150년까지 은행에 각자 넣어둘 2억 5,000달러를 갖고 있지 않다. 그 근처에도 못 미친다. 대신 미국 증권시장에 각자 150달러씩을 투자했다. 그 돈이 1930년 이래 늘 그랬던 비율로 증가한다면 2150년에는 5억 달러가 될 것이다. 복리 이자와 장기투자가 가져다줄 기적이다.



2011년 1월. 해마다 신문들은 정초에 대형 신년기획물을 선보인다. 신춘문예 발표와 함께 그것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올해 조선일보에서는 <100세 쇼크 축복인가 재앙인가>라는 기획물을 연재했다. 그중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현재 나이는 10~15살. 일본 소녀일 가능성이 크다. 장수(長壽) 집안에서 밝게 자란 아이다. 다 크면 키 150㎝ 안팎의 아담한 체구에 학력은 대졸 이상, 재산도 웬만큼 있고 사회적 지위도 높다. 튼튼한 체질이라 상당한 고령까지 병원 신세 지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스티븐 어스태드(Austad·64) 텍사스대학 교수가 ‘서기 2150년 인류 최초로 150세에 도달할 인간’의 조건을 예측했다. “앞으로 20~30년 안에 인간 수명을 30% 정도 연장시키는 약이 개발돼 지금 살아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첫 번째 '150세 기록'을 세운다”는 것이었다. 그는 미국 샌안토니오시(市) 텍사스대 바샵 노화연구재단에서 원숭이와 생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실험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과학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내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내기의 발단은 논문이었다. 그는 2000년 한 학술지에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에 도달한다」는 논문을 냈다. 그러자 스튜어트 올샨스키(Olshasnky·56) 일리노이대학 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과학 사상 최대 판돈을 건 내기를 걸었다. 각자 150달러씩 내서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했다. 20세기처럼 주가가 상승하면, 150년 뒤 이 돈은 5억 달러(6000억 원)로 불어난다. 2150년에 150세 인간이 출현하면 어스태드의 후손이, 그렇지 않으면 올샨스키의 후손이 그 돈을 차지하기로 했다. 어스태드는 "지난 10년간 동물 실험에서는 이미 인간으로 치면 150세에 해당되는 생쥐를 만들어냈다"며 "미안하지만 내가 이길 게 확실하다"고 흐뭇해했다. …… 반면 어스태드의 적수 올샨스키는 "신(神)이 개입하지 않는 한 이 내기는 내가 이긴다"고 했다. 노화의 흐름을 돌리는 약은 최소한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안 나오고, 백 번 양보해서 그 비슷한 약물이 나온다 해도 수명을 2~3년 연장하는 데 그칠 거라고 올샨스키는 말했다. …… 그러나 두 학자가 견고하게 동의하는 지점이 있었다. 세계 어디서나 '건강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거라는 대목이다. 어스태드는 "'평균'이라는 말에 속지 말라"고 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늘어난다고 모든 한국인이 똑같이 장수하는 건 아니다. 젊은 날의 빈부격차가 노년의 건강격차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올샨스키도 "바로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정부와 학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다. 인간의 수명을 두고 세기의 내기를 벌이고 있는 두 학자의 책은 모두 궁리에서 나온 터였다. 궁리에서 너무 책을 빨리 소개한 것일까. 신문에서 너무 늦게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까.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을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현재 한국어판 두 책의 제작 현황을 보니 올샨스키의 책은 1쇄, 어스태드의 책은 3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모르겠다. 2150년. 내기의 승부는 밝혀질 테고 그때엔 두 권 중 한 권을 독자들이 혹 불티나게 찾을지도……



(글: 이갑수/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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