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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셀링 사이언스』의 역자, 김명진 인터뷰


Q  강의, 번역, 저작 활동에 시민과학센터 활동까지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3월 초에 개강을 해서 서울산업대와 서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구요, 한편으로는 밀린 번역 일을 끝맺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번역하고 있는 것은 『민중의 과학사A People's History of Science』라는 책인데, 그간의 과학사 서술이 지나치게 엘리트 중심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아래로부터의 과학사, 기층 민중이 주인공이 되는 과학사를 표방하고 나선 야심찬 저작입니다. 물론 이런 관점이 기존의 과학사를 송두리째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역사서술의 치우침을 바로잡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민과학센터에서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와 함께 올봄에 ‘시민의 눈으로 과학기술을 보다’라는 제목의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고, 저도 4월 초에 한 꼭지를 맡아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Q 이 책은 미국의 과학언론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황우석 사태’ ‘광우병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크게 두 갈래의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하나는 과학자와 과학 기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과학자는 과학언론을 경원시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연구를 홍보하는 수단으로만 삼지 말아야 하고, 과학 기자는 과학계에 있는 정보원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지 말고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와 과학 기자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곤란한, 그런 미묘한 긴장을 유지할 때 과학언론이 사회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반 시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텐데요. 시민들이 언론에 실린 과학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떤 한계를 갖는지를 이해하고 그런 기사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Q 이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면?

A∥ 언론이 과학을 어떤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는지를 묘사한 1-2장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언론이 과학자를 마술사로, 스타로 그려내면서 과학 연구가 당장 내일이라도 기적적인 암 치료법 같은 가시적인 성과물을 우리에게 안겨줄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막상 그런 예측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되지 않으면 태도가 180도 변해 환멸감을 표현하는 식의 널뛰기식 보도 태도를 꼬집은 부분이 특히 인상에 남았구요. 이런 언론의 보도 태도가 대중의 과학이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크게 공감하는 편입니다. 



Q ∥  도로시 넬킨과 인연이 깊습니다. 그의 저작인 『셀링 사이언스』 말고도『인체 시장』을 번역하셨지요. 두 책 모두 ‘과학사회학’ 분야라, 서점에서 과학 매대에도 정치/사회 매대에도 소개될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사회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과학사회학은 사실 다방면에 걸친 방대한 주제입니다. 과학자 공동체의 작동 방식이나 이를 지배하는 규범을 연구하는 제도주의 과학사회학, 과학지식의 형성 과정을 역사적․사회학적 방법을 써서 연구하는 과학지식사회학, 과학과 젠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페미니스트 과학사회학, 과학과 좀더 폭넓은 사회 일반과의 관계를 다루는 과학 논쟁 연구, 대중의 과학이해, 실천적 과학운동 등이 모두 과학사회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넬킨은 이 중에서 마지막 주제인 과학사회학의 여러 실천적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줄곧 연구를 해온 학자였지요. 넬킨의 관심은 68 전후의 과학자운동, 과학 대중논쟁, 과학언론, 생명공학의 사회적 문제 등을 포괄하는 상당히 폭넓은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 석사과정 때부터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넬킨의 책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제 문제의식이나 관심사와 잘 맞는 연구자라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책도 사모으고 번역도 틈틈이 하게 되었지요.



Q 대학에서 과학사, STS(Science-Technology-Society)를 강의하고 계십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A∥ 이번 학기 서울산업대에서는 서양 근대 이후 기술사에 해당하는 ‘기술과 사회’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고, 서울대에서는 앞서 설명한 과학사회학과 기술사회학의 여러 주제들을 개설적으로 다루는 ‘과학기술과 사회’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개인별로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수업도 열심히 듣고 수업 끝난 후에 질문도 던지고 하는 걸 보면 제법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본디 깊이있게 공부를 하지도 않은데다가 급하게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항상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열심히 들어주는 학생들을 보면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곤 합니다.



Q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어도 될지, 아이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해도 될지” 고민이 생길 때, 선생님은 어떻게 과학정보를 얻으시나요? 신문ㆍ방송 말고도, 믿을 만한 일급 정보를 알려주는 정보통이나 사이트를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A∥ 외국의 과학 잡지들을 시간 날 때마다 뒤적거리는 편입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있는 사람들 외에는 접근이 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데 매번 실리는 기획기사 같은 걸 보면 과학과 사회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히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과학 잡지니 내용이 아주 난해할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일반 과학 교양서적에 비해 그리 어려운 수준도 아니구요.

하지만 “유전자 변형 식품을 먹어도 될지, 아이에게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해도 될지” 등과 같은 고민은 많은 경우 과학정보만 가지고는 해소될 수가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네요. 설사 ‘비급’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편향되고 사람들을 오도하는 잘못된 정보보다는 균형 잡히고 현존 지설사 한계를 제대로 짚어주는 정보가 그런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판단은 결국 (과학적 요소를 내포한)  정치적ㆍ사회적(때로는 개인적) 판단이고, 따라서 과학자도, 과학 기자도 그 판단을 대신 내려줄 수는 없습니다.



Q 과학 기사를 보는 눈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과학 기사를 읽는 ‘나만의 노하우’ 같은 게 있다면 조금 들려주세요.

A∥ 좀 쑥스러운 얘깁니다만, 사실 신문에 실린 기사를 대충 훑어보기만 하고 그리 꼼꼼히 읽는 편이 아니어서 ‘전수’할 만한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다만 외신을 인용한 과학 보도를 접했을 때 미심쩍은 부분이 있거나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고 싶으면 《뉴욕 타임스》, 《뉴사이언티스트》,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실린 관련 기사를 직접 찾아보곤 합니다. 그러면 외신 기사가 어떻게 ‘한국적 시각’에서 다시 한 번 걸러지는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지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구독자가 아니면 이런 잡지들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게 어려운 대목이네요.



Q 감명 깊게 읽은 과학책이나 STS 소개서를 독자들에게 몇 권 추천해주세요.

A∥ 최근 몇 년간 나온 책들 중에서는 마이크 데이비스의 『조류독감』(돌베개), 데이비드 마이클스의 『청부과학』(이마고), 김기흥의 『광우병 논쟁』(해나무), 존 벡위드의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그린비)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TS 소개서로는 딱딱한 교과서류의 책보다는 해리 콜린스와 트레버 핀치가 같이 쓴 골렘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골렘』(새물결), 『닥터 골렘』(사이언스북스) 두 권이 번역돼 있지요. 서로 독립된 사례연구들로 이뤄져 있어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내려갈 필요 없이 흥미가 동하는 부분부터 읽어보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그래도 제법 고생하면서 번역한 책이니 과학언론에 관심있는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STS와 관련된 다른 책들도 열심히 소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명진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미국 기술사를 공부했고, 현재는 서울산업대와 서울대에서 강의하면서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래 전공인 과학기술사 외에 과학논쟁, 대중의 과학이해, 과학 연구윤리, 과학자들의 사회운동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대중과 과학기술』(2001/편저), 『야누스의 과학』(2008)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셀링 사이언스』(2010), 『인체시장』(2006/공역), 『디지털 졸업장 공장』(2006), 『닥터 골렘』(2009/공역), 『과학과 사회운동 사이에서』(2009/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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