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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중국 현대사 강의』를 펴낸 조관희 교수


Q 2년 전 ‘고대 신화전설의 시대에서 신해혁명까지’를 다룬 『중국사 강의』 출간 이후, 이번에 『중국현대사 강의』를 펴냈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담은 앞의 책과 1911년 이후 불과 100년의 역사를 담은 뒤의 책이 분량이 엇비슷합니다. 그만큼 중국 현대사에서 풀어낼 이야기가 많다는 뜻인가요? 이 책의 출간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A 현재 나와 있는 중국사 관련 서적들은 전문연구자들의 시각에서 진지하게 접근한 것이 아니면, 수준 미달의 이야기책에 머무는 것들로 나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전문가적 수준에서 일반 대중의 눈에 맞추어 평이하게 서술한 책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중국사 강의』와 마찬가지로 『중국현대사 강의』 역시 양자를 절충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되, 읽고 난 뒤 뭔가 남는 게 있는 알찬 내용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울러 현대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대의 역사이기에 현재 남아 있는 자료도 많고, 또 각각의 사건들 또한 그 현재적 의미가 심중하기 때문에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적 길이는 고대사에 비해 짧지만, 서술된 내용은 오히려 상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Q 특히 『중국현대사 강의』는 쑨원과 위안스카이, 마오쩌둥과 쟝졔스, 덩샤오핑, 화궈펑 등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장대한 대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이 영웅(?)들 곁에는 늘 수억의 민중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민중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끌려고 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중국 민중들은 현대사 100년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볼 수 있는지요? A ∥ 루쉰이 개탄했던 대로 당시 중국이 서구 열강의 침탈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상 나라의 힘이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루쉰도 지적한 대로 의식의 문제인데, 민중들의 의식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때로 역사를 추동해 나가는 주도 세력으로 나서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타성에 이끌려 역사를 반동으로 이끄는 역할을 자임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역사를 어느 영웅적인 일개인의 드라마로 보아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민중들의 역사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민중들의 의식이 깨어 있으면 그 역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역사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쉰이 자신에게 던졌던 화두인 민중의 의식 혁명은 현재에도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한 중국의 민중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역사의 책무를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신해혁명, 국공합작,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 드라마틱하고 파란만장한 중국 현대사 100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과 ‘결정적인 한순간’을 개인적으로 꼽으신다면요? A ∥ 아무래도 마오쩌둥을 들 수밖에 없겠지요. 그에 대한 평이 극을 달리고, 그가 이루어낸 일들에 대한 공과 역시 분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바 ‘구 중국’과 분명하게 구별되는 ‘신 중국’의 역사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마오쩌둥이 수행했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뒤로하고 모든 것을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는 식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정적인 한순간은 역시 ‘대장정’을 꼽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중에서도 홍군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했던 ‘루딩 교’의 전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때 홍군이 그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면, 아마 중국 현대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씌어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Q 중국의 미래를 ‘분열과 통일’의 거대한 사이클이라는 면에서 보자고 하셨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인지요? 미국과 함께 이른바 ‘G2'의 일원으로서 향후 세계 정세를 좌우할지,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등등이 궁금합니다. A 불과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중국은 오욕의 역사를 뒤로하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에 맞서는 유일한 나라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회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고, 국민들 의식 수준이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출범한 중국의 위정자들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은 나라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유사 이래로 이 큰 땅덩어리를 효율적으로 통치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역사가 통일과 분열을 거듭했던 것은 이 때문이고, 이것은 현재의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는 국가 체제가 공고한 듯이 보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혼란이 찾아오고 다시 분열의 시대로 접어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변화 속에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는 것입니다. 마치 지각 속에 있는 맨틀이 용융을 계속하며 끝없이 운동하듯, 인간의 역사 역시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끝이 어디일까 하는 것을 예측하는 것은 나의 힘을 벗어난 것일터, 다만 언젠가 중국이라는 나라가 지금의 모습과 전혀 다른 사회로 진화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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