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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한국인의 에로스> 펴낸 인문학자 김열규


Q∥ 이번에 나온 『한국인의 에로스』를 독자들에게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A신화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사이의 남녀 간 사랑을 줄기차게 살펴보고자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시대며 사회성의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랑의 변모를 캐는 한편으로,

시대를 넘어선 보편성을 짚어내려고도 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인의 사랑의 역사가 비로소 그려지면, 저자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서 거기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비쳐지기도 바라고 싶습니다.


Q∥ 그동안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다수의 책들을 펴내오셨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번 『한국인의 에로스』에서는 한국의 남과 여 그리고 짝짓기와 사랑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고요. 2년여의 집필 과정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구상하게 된 특별한 연유가 있으신지요? 덧붙여, 집필하시는 동안 흥미로웠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저는 그사이, 한국학을 공부하는 동안 내내, 한국인이 누군가를 묻고자 했습니다.

한데 그 물음의 핵심에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사람됨과 그 성정을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해서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책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찾고 살필 적마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습니다.

보물 캐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랑의 단맛과 쓴맛에 홀리기도 했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한둘이 아닙니다만, 까다롭고 복잡한 주제를 쉽게 재미나게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부담스러웠습니다.

또한 내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에 견줄 나의 사랑을 내가 누린 적이 있는가? 묻기도 했습니다.


Q∥ 이 책의 제목은 ‘한국인의 에로스’입니다. 간혹 ‘한국인’과 ‘에로스’는 서로 연관짓기 어색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들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그런 부분이 더욱 책에 흥미를 가게 하기도 하지만요. 또한 ‘에로스’라고 하면 흔히들 ‘야한’ 무언가와 연관 짓고는 합니다. ‘에로스’는 어떤 의미인지요? 이 책에서 특별히 말하고자 하신 ‘에로스’의 의미를 짚어주셔도 좋겠습니다.

A책의 큰 제목에서 사랑이란 말을 피하고 에로스를 택한 데는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라틴어인 Eros는 사랑의 신을 가리키면서도 Amor와 마찬가지로 남녀 간의 사랑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동시에 남녀 간의 성적인 관계도 의미하고 있습니다. Eros가 이런 복합적인 뜻을 가진 점을 취한 것입니다.

한편, 이 두 라틴어는 이젠 라틴어로 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한, 범인류적인 낱말인 것을 일깨워드리고 싶습니다.


Q∥ 이 책에서는 상고대를 비롯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남녀 관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논과 밭, 호랑이와 고양이, 늑대와 여우처럼 남자와 여자를 비견해 다양한 사물과 생물들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분법적 대비는 한국인만의 고유한 것도 있고 범세계적으로 통용된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다른 ‘종족’일 수밖에 없기에 더욱 그렇기도 하고요. 그렇듯 서로의 관계에서 배려하고 이해해줘야 할 부분이 있을 텐데요.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배우고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관계를 맺어가는 오늘날의 남자와 여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그 많은 비유법들은 무엇보다 남녀 간 사랑의 다양성에 대해서 말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은 결국은 마음과 가슴입니다. 그러자니 그걸 구체적으로 이해하자면,

필연코 허다하게 많은 것에 견주어져야 했던 것입니다.

우리들은 온갖 사물, 별의별 현상에 걸어서 사랑을 터득하고 이해하고 또 실현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 하고많은 비유법을 통해서 오늘날의 남녀들도 각자의 남다른, 자기다운 사랑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Q∥ 남녀 문제는 연애나 사랑을 넘어 그 완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결혼 문제에도 이를 수 있을 듯합니다. 예전과 비교하여 현대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쉽게 만나고 헤어집니다. 이는 사랑을 대하는 현대인의 사고방식에서 생겨난 문제일까요, 아니면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또는 사회 구조적인 어떤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한국의 남녀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또한 선생님의 개인적인 사랑관도 궁금합니다.

A오늘날 한국 사회의 역사적인 변화를 말할 때, 여성들의 자화상과 그에 바탕을 둔 남녀 관계의 변화를 말해야 할 것입니다. 전통적인 묵은 것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새로운 여성관과, 그리고 그것에 따른 새로운 남녀 관계가 바야흐로 절정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들은 일단은 역사적인 필연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사이 줄곧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남권의식’이 이제 다행스럽게도 기울고 있습니다.

남녀 관계가 곧 상과 하, 강과 약, 바깥과 안 따위로 잡혀 있던, 그 한국적인 묵은 남녀 관계를 벗어난, 새로운 남녀 관계가 보기 좋게 이룩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사랑에서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상호 간의 신뢰고 종중이라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사랑에 대한 생각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Q∥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좋은 감정을 나누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한 말씀해주신다면요? 어떻게 해야 연애와 사랑을 잘 맺어갈 수 있을까요? 21세기 IT와 글로벌리즘 시대에 필요한 사랑법이 있을까요? 사랑은 정말 변할까요?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철학도 있을 듯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A사랑은 받음이기 전에 베풂이란 것을 내세우고 싶습니다.

내가 받는 것보다는 상대방에게 주는 것에 더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상대를 위하는 것이 바로 내 보람이고 기쁨이라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은 어떤 시대에도 바뀌지 않을 불변의 사랑의 철학일 것입니다.


Q∥ 물론, 사랑이라는 것이 굳이 ‘남과 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 형제 간의 사랑으로 대표할 수 있는 가족애가 있고, 동료애, 그리고 동성 간의 사랑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남자와 여자를 떠나,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에 주안점을 두어 서술하셨다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시대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관계와 사랑의 모습,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화상을 찾으려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A사랑은 삶의 가장 요긴한 대목입니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삶의 보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는 사랑을 통해서 나는 비로소 나답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발견이고 자기 성취가 될 것입니다.

자기의 인간성을 보람되게 키워가는 게 될 것입니다.


Q∥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공부하셨고, 강연과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다독가로도 유명하시고, 대안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에서 극히 최근까지 글쓰기 특강을 하신 것으로도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마치 칡넝쿨이 연상됩니다. 얼기설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선생님의 구수한 입담이 생생히 묻어나기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어느 순간 책 속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글쓰기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글 읽기와 쓰기에 대한 조언을 들려주실 수 있을는지요?

A글이며 책 읽기는 필경은 사물과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을 발견하기와 자기 성찰로까지 통해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자기 자신의 창조에도 통해 있습니다.

남을 알고 책이며 글을 아는 데 그치는 게 아닙니다.

‘나 자신의 거울’, 그것이 글이고 책이란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읽기는 결국 자기 보기입니다.


Q∥ 1991년 이순이 되시던 해에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자 낙향하셨지요. 그 후 강연과 집필활동을 오늘까지도 활발히 해오고 계시고요. 자연과 벗하는 삶은 어떠세요? 하루 일과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끝으로, 준비하고 계신 책이나, 앞으로 집필해보고 싶은 책이 있으신지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인사 겸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A글이며 책 읽기와 컴퓨터 두들겨서 글쓰기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산책입니다. 그런 중에도 커피 끓이기, 차 끓이기가 여간 큰 재미가 아닙니다.

다음 책에서는 한국인의 영혼과 가슴의 속내를 고루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것이 한국인에 대한 인간적인 진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는, 사랑을 각자의 인생의 절정으로, 삶의 결실로 가꾸어서 다듬고 가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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