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니스트이자 KBS1 FM <실황음악> 진행자인 정준호 선생님이,
2013년 4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종횡무진 클래식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작가가 소개하는 <정준호의 명곡 명반 일기> 칼럼 이야기를 미리,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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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하기 시작하던 학창 시절, 눈길을 끈 글이 있습니다.
로맹 롤랑(1866-1944)이 쓴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범우사) 가운데 베토벤(1770-1827)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합창 교향곡> 가운데 ‘환희의 송가’를 글로 풀어낸 것이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읽는 구절은 마치 롤랑이 베토벤과 머리를 맞대고 쓴 듯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이런 글을 많이 찾아 읽고 싶었지만 흔치는 않았습니다.
서점의 음악 코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꽤 오래도록 제한적이었습니다.
니체와 토마스 만을 접하고부터는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이들은 음악이 가진 의미를 해부하고, 그것을 시민 사회의 현실에 덧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음악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글은 읽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습니다.
롤랑이나 니체, 토마스 만과 같은 글쓰기가 당연히 하고 싶지만, 원대한 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더 막연한 꿈을 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원탁의 기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지요. 정의로운 목적을 가진 동료들이 카멜롯 성에 마련된 원탁에 모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용과 싸우고,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성배를 찾아 끝없는 여정을 떠나는 기사들의 모임 말입니다.
뭔가 뚜렷하고 가능할 법한 일이라면 꿈이랄 수 없을 것입니다.
아직은 희미하고 누구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꿈을 갖게 해준 것!
그것이야말로 음악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2013년 4월 15일,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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