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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얼굴이다


사진. 수락산 2019.10.16. ⓒ 이굴기




산에 가서 바위를 본다. 산의 가장 높은 곳에는 으레 바위가 차지하고 있다. 산이 제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바위로 뚜껑을 덮어주어야 하는 것. 그게 아니라면 비바람에 산의 높이는 늘 깎여나갈 것이다. 알림판의 소식지를 압침이 붙들고 있듯, 바위는 세상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바위가 아니라면 세상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겠더라. 세상의 중심을 붙들어주는 바위, 바위들.


바위를 자꾸 보게 되면서 자꾸자꾸 보게 되면서, 바위에서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가 물고기였다면 바위에서 물고기의 얼굴을 보았을 텐데 내가 사람인 지라 인간의 얼굴을 자꾸 찾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위는 땅속으로 녹아 들어가기보다는 땅에서 바깥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바위 얼굴은 지하에서 귀양 나온 것일까. 세상으로 구경나온 것일까. 그 어느 경우든 목 위로만 빼꼼히 내놓고 있는 바위, 바위,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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