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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김종성 교수의 뇌과학 여행, 브레인 인사이드』를 펴낸 김종성 교수 인터뷰


Q.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춤추는 뇌』 『영화를 보다』 등을 펴낸 후 10년 만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김종성 교수의 뇌과학 여행, 브레인 인사이드』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A. 앞서 여러 권의 뇌과학 도서를 펴낸 적이 있어서, 저를 `작가’로 생각하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본업은 의사이자 교수여서 항상 진료와 연구에 매여 있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싶을 때 써놓은 글들을 모아 이렇게 책을 펴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맨처음 펴낸 뇌과학 에세이는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2000년)인데, 출간 전 원고가 모자라 좀더 써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의약분업 파동이 생겨 병원이 3개월 간 문을 닫는 바람에 시간을 좀 낼 수 있었습니다. 『춤추는 뇌』와 『영화를 보다』는 이후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펴낸 것들이지요. 2011년 『뇌과학 여행자』를 펴낸 후에도 글을 계속 더 쓰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가 못했습니다. 이번에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실은 코로나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해외 학회를, 많을 때는 1년에 10회 정도 참석하는데 지난 2년간 그러지를 못했고, 그만큼 저에게 귀중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쓰게 되었고,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Q. 오랜만에 출간한 책에서는 주로 뇌과학에 대해 주로 어떤 내용들을 담으려고 애쓰셨는지요?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활용하여 뇌과학 정보를 풀어가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A. 뇌과학 에세이를 쓸 때는 항상 고민이 생깁니다. 제 독자들 중에는 뇌에 대해 아주 많이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좀더 자세하고 심도있는, 최근에 새로 알려진 뇌 이야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뇌과학 분야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해부학 구조이름만 몇 개 나와도 머리가 지끈거린다고들 하지요. 심지어 의사들조차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뇌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분들도 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뇌라는 게 곧 나 자신임을 이해하고 뇌를 통해 나와 사회를 성찰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즉 머릿속에 과학 지식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오히려 뇌를 통해 철학적인 시선을 갖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책에서 뇌과학에 진화론을 혼합한 시각으로 저의 인생관, 우주관을 설명하면서 여기 중간중간에 영화, 음악, 소설 같은 예술을 섞어보기로 한 것입니다. 살코기만 있는 것보다는 여기에 기름이 적당히 섞여 있는 꽃등심 같은 것이 더 맛있으니까요.


저의 최초의 뇌 에세이인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읽은 한 독자의 서평은 이렇습니다. “저자가 열심히 뇌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냥 에세이식으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만 전달한다. 그런데도 책을 덮을 즈음에는 어느덧 뇌과학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는 이 글이 참 맘에 드는데 바로 이것이 저의 의도였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 드린 대로 뇌에 대해 아주 많이 아는 분들은 좀더 심도 있는 뇌 이야기를 기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뇌와 인문학의 경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진행하는 글을 재미있게 읽는 동안에 `저절로’ 뇌과학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갖추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술 이야기를 매개로 삼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의과학자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학동기, 고교동기 들과 함께 예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예술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므로 이를 주제로 책을 내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뇌과학을 소개하는 기회를 빌어 짬짬이 제가 감명을 받았던 예술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가 썼던 『신경과 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2006년)의 서문을 읽어보니 “내가 이 책에서 뇌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려 했던 것만은 아닌 듯하다. 실은 뇌보다는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씌어 있네요. 이번에 출간한 책은 그 책보다는 뇌과학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 어느 정도는 그때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Q. “전두엽은 자신의 모든 경험과 감성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쉽게 말하면 전두엽은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라는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렇게 설명되는 ‘전두엽’이라는 부위는 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곳인가 본데,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A.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과 비교하면 인간은 여러모로 모자란 동물입니다. 인간은 날 줄도 모르고 나무를 탈 줄도 모릅니다. 다른 동물보다 달리기도 훨씬 느립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구의 최상위 생명체로 남은 것은 전두엽을 발달시켰기 때문입니다. 전두엽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마주쳤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하는 기관입니다.


이는 사실 우리가 하루 종일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감각정보를 이용하며, 예전에 감정과 함께 기억한 수많은 경험을 분석하여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합니다. 전두엽은 또한 사회적 사랑과 협조를 가능케 합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행동은 오직 전두엽이 발달한 인간만이 가능하지요.


즉 인간에서 전두엽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사실 우리 자신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에서 전두엽은 30% 이상을 차지하지만 가장 영리한 동물로 알려진 원숭이도 10% 미만입니다.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위험을 극복하고 미래의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전두엽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주인인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전두엽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현대인들은 다양한 중독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등과 관련하여 우리의 뇌는 인간이 왜 이런 것들에 계속 빠지게 만들까요?


A. 우리의 뇌가 반드시 현명하지는 않다는 증거이지요. 인간의 뇌는 조 단위의 커넥션을 가지고 있기에 위대합니다. 하지만 그 연결이 잘못되어 허망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쥐에서 뇌의 어느 특정한 부위를 자극하면 쾌감을 느끼므로 그 부위를 자극하는 장치를 해두면 식음도 전폐한 채 이를 누릅니다.


중독이란 이와 비슷한 거지요. 물론 쾌감이란 감각/감정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만들어진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사랑에 목말라 하는데, 이것은 우리 자신 혹은 우리 유전자를 유지하고 번성케 하려는 전략에 잘 상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코올, 마약, 도박 등은 원래 자연계에 없는 것들이며, 인간이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대뇌를 사용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다만 합목적적인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중독되는 것은 허망하다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위에 말한 쥐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개인뿐 아니라 이런 중독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깔려 있기에 중독이 우리 사회에서 더 큰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요즘엔 컴퓨터 도박 등 여러 다른 종류의 도박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어 큰일입니다.


Q. 의료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오면서, 흔히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뇌 관련 정보들이 있으면 몇 가지 조언 및 수정을 해주신다면요?


A. 간간이 뇌과학 책들에 잘못된 정보가 적혀 있는 걸 보게 되는데, 이는 저자가 잘못 알고 집필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예를 들 수는 없습니다만, 얼마 전 외국 저자가 쓴 어떤 책을 읽어보니 ‘좌측에 뇌졸중이 생겼는데 우측 뇌 기능이 상승하므로 오히려 행복하고 평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썼습니다. 이는 본인의 주관적인 과잉해석일 뿐이며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좌측 뇌졸중이 생긴 환자를 수천 명 진찰했으나 한 번도 행복한 느낌을 갖는 환자를 못 봤습니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적어도 5-6개 정도 명백한 오류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렸습니다. 저자가 외국의 유명대학 뇌과학 전공 교수라서 독자들은 이 글 내용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한편 근거가 빈약한 추정을 가지고 진실인양 주장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예컨대 화가 고흐가 압상트 중독이 되어 망막질환이 생겼고 그래서 세상을 노랗게 그렸다는 거지요. 이번 제 책에서도 잠시 다루었지만 이는 근거가 매우 부족한 주장입니다. 문제는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의사’ 혹은 `뇌과학자’이므로 사람들이 그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믿고 있는, `우리는 뇌의 10%만 쓴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지요. 뇌과학이란 게 어렵고 확실치 않은 것이 많아 어쩔 수 없는 점은 있더라도, 확실치 않은 부분을 확실한 것처럼 쓰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뇌의학 쪽으로 말하자면, 무엇이든 단정적으로 말하며 뭔가를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책은 일단 그 진의를 의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무슨 약을 복용하면 머리가 좋아진다, 학습능력이 증가한다, 혹은 난치병인 뇌졸중이나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런 내용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 이야기들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Q. 뇌과학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도 여전히 ‘뇌’라는 영역은 미개척지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몸의 여타 신체기관들과 다른 뇌의 특성들 때문일 것 같은데요. 언제쯤이면 뇌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 수 있을까요?


A. 뇌 신경세포는 조 단위의 연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뇌를 이해하는 것은 은하수의 비밀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지요. 그래도 100년 전에 비하면 우리는 깜짝 놀랄 만큼 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이지요. 주로 기초 뇌과학 연구 그리고 뇌 영상술의 발달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학문적 발전으로 인해 더욱더 뇌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뇌질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컨대 뇌졸중 같은 질환을 보면 혈전용해제 tPA의 효능은 1995 년, 혈전제거술의 효과는 2015년에야 확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즉 아주 최근에 이르러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알츠하이머 병, 파킨슨 병 같은 퇴행성 질환에도 도움이 되는 약제는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환의 치료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으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러나 멀지 않은 훗날 제가 한 이 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누군가가 반박하는 글을 쓸 날이 올 것입니다.


Q.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십시오.


A. 제 책을 읽으면 알게 되시겠지만 우리 뇌는 감각을 느끼고 행복한 감정을 형성하고 열심히 운동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살아야 행복해집니다. 열심히 일하고, 항상 흥미로운 것을 찾아나서세요. 그런데 전두엽이 발달한 인간을 생각해보면 혼자 하는 일보다 전두엽을 사용해 서로 협력해 무엇인가를 이루는 일이 사실 가장 우리의 뇌를 활성화 시키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두엽의 아래 부분을 안전두엽이라 부르는데 이는 인간적, 사회적 사랑을 가능케 합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면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데, 이를 위해 우리의 뇌에는 이성간의 사랑의 회로 그리고 모정의 회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책의 첫 부분을 `전두엽’에 대해 썼습니다만, 우리는 다시 전두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세상이 꽉 막힌 것 같지만 전두엽을 사용해 자신의 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특히 확장된 전두엽을 사용하여 인종, 종교에 의한 갈등, 정치적 편 가르기 등 이런 갈등의 세계를 넘어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이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길입니다. 전두엽을 사용한 사회적 사랑 그리고 협조, 이 점이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것입니다. 이 점이 가장 제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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